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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Oct 24. 2022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2.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을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자크 라캉의 <도둑맞은 편지>에 대한 분석 때문이다. 라캉은 이 단편을 기표의 부유, 욕망과 권력, 그리고 무의식의 차원에서 분석한다. 편지(LETTER)는 소유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권력을 부여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편지의 내용은 중요한 것이 아니며, 편지 자체가 중요한 것이 된다. 라캉은 특유의 ‘기표 우위’라는 관점에서 편지라는 기표의 흐름과 욕망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사변적인 분석을 그의 논문에서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라캉과 같은 틀이 없다. 그러므로 포의 이 단편을 내용에 기반하여 일반적이고 평범하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소설에서 포는 수학적 이성에 기반한 수학적 공리가 진리가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쇼크일 수 일 수 있는데, 그래프를 읽어내고, 트렌드를 읽어내고, 매출을 분석하는 모든 숫자로 이루어진 체계가 환상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G경감은 일반적인 방식 – 매우 정교한, 수학적 논리에 기반한 –으로 도둑맞은 편지를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뒤팽은 편지를 훔쳐간 D 대신과 눈높이를 맞춤으로써 쉽게 편지를 찾을 수 있었다. 편지를 찾은 후 뒤팽이 들려주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수학적 이성에 대한 회의, 자연과학 법칙들의 형이상학 적용과 같은 매우 철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보르헤스와 닿아있다. G경감은 오랜 경험으로 자기 자신의 교묘한/합리적인 방식을 믿었고, 그것은 교조적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사람들 간의 게임에서는 홀/짝을 매번 이기는 아이처럼 상대방과 지적 높이를 맞춰야 하고, 주변 상황에 대한 분석도 같이 기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수학을 배우고 또 수학은 시험의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우리는 수학 시간을 통해 삼단논법을 배운다. 역사 이래로 수학은 모든 학문의 바탕으로 어쩌면 이성(理性) 자체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덧 우리 삶 속에 수학은 정복자의 위상을 가지고 여러 학문에 논리적 사고와 정교함을 강요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포는 이 단편에서 관성의 법칙을 예로 들면서 자연과학의 경험적인 법칙들이 인문과학인 형이상학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수학의 오랜 폭력에 노출되어 우리는 논리와 합리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변했는지 모른다. 뒤팽은 D 대신이 수학자이면서 시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았고 그와 눈높이를 맞추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곳(의자 다리 속)이 아니라, 잘 보이는 편지꽂이에 평범하게 꽂혀있는 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뒤팽의 방식을 확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신입사원 교육 때 강사 한 분이 ‘지하철에서 앉아가는 법’에 대해 알려준 적이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타는 역과 내릴 역 사이의 역을 보라는 것이다. 만약 신촌을 지나간다면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 앞에 서 있으면 되고(가방에 이대 마크나 독수리 마크도 확인할 수 있다), 청량리 역에서는 짐이 많아 보이는 사람 앞에 서면 된다. 고속터미널에서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 세상은 타자와의 게임인가? 요즘은 이런 게임 같은 세상을 살기보다, 내가 살아왔던 나의 방식과 룰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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