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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18. 2022

 언제나 감동적인 것은 땅이다. 장시간의 운전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을 기점으로 아나톨리아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니고, 카사블랑카를 기점으로 아틀라스 산을 넘어 사하라의 입구까지 드나든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차창 너머의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지만, 늘 나는 (목적지의 어떤 유적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땅에 감동한다. 낮은 구릉으로 이어지며 때로는 붉은빛을 넘어 보라색을 띠고, 때로는 꾹꾹 눌린 갈색이 검은색에 가까운 흑토(黑土)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의 색이 무엇이든, 어떤 작물이 자라든, 아니면 단순한 잡초 밭이든  또 돌이 많은 황무지 이건, 가지런한 고랑을 가진 밭이건 넓은 땅은 항상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물의 종류와 수확, 농업과 경제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머릿속으로 몰려오지만, 본질적인 것은 어떤 경제적인 분석보다 넓은 땅 자체에 대한 감동인 듯하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땅은 태초에 땅을 딛고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하고, 어쩌면 켜켜이 쌓인 땅의 역사에 대한 경외로도 보일 수 있겠다. 여기에 소유의 개념이 추가되면 땅에 대한 감동을 욕망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의 감동은 욕망에서 나온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이런 감정은 사우디의 제다에서 리야드를 잇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의 도로를 운전할 때도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혹시,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라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땅에 대한 낭만은 어쩌면 고향 생각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인간이 고속도로를 만들고, 거대한 건물을 짓고, 비록 엄청난 것을 이 땅 위에 세웠지만, 여전히 묵묵히 땅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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