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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26. 2022

빛과 색

 비가 올까 싶었는데 어젯밤 비가 왔다. 모든 색들이 차분히 가라앉았고, 보이는 사물의 색은 짙어졌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 알갱이들은 디오니소스 축제를 아가는 무리처럼 시끄럽고 난잡하다. 쇄도하는 빛은 사물의 표면에서 습기를 부순다. 아라비아 사막의 검은 바위산은 오랜 기간 습기를 갈구하는 빛 알갱이들이 몸으로 부딪혀 만든 멍자국일지 모른다. 빛은 습기를 탐한다. 습기를 모두 빼앗긴 사물의 표면은 먼지처럼 부유한다. 그래서 사막에는, 마른 흙에선, 바위에서는 먼지가 인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은 도시엔 희뿌연 먼지가 층을 이룬다. 먼지는 습기를 갈망하는 빛의 아우성이고 그 욕망이 바랜 빛의 사체다. 그러다 비가 왔다. 다시 사물의 표면은 습기를 품었고, 빛의 알갱이들 역시 습기를 머금고 무거워지고, 그리고 그 표면에 머문다. 사물의 표면은 습기를 머금어 무거워진 빛의 알갱이들로 덮인다. 그래서 비 온 후 색은 우리에게 진하게 보이는 것이다. 다시 며칠간은 먹고 마시는 빛의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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