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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29. 2022

알 자디다

모로코의 도시

마자간 - 모스크

 특이한 이력의 화가 Chaibia Talal이 카사블랑카로 시집오기 전 살았던 고향이며 길게 뻗은 아름다운 해변과 휴양지가 있는 곳. ‘자디다’는 아랍어로 New의 의미이고. 이슬람 세계로 편입되기 전 이곳은 ‘마자간’으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마자간은 대항해 시대(16세기 초) 포르투갈이 신항로를 개척하며 만들어진 북부 아프리카의 기점이다. 포르투갈 벨렝에서 출발한 개척자들은 아프리카 서안을 통해 희망봉을 돌아 인도와 동남아에서 각종 향신료를 구입하여 돌아왔다. 그때 마자간은 첫 번째 기착지이고, 또 마지막 경유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곳에는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자간 포르투갈 성’이 남아있다. 이 성은 바다와 접해 있는 대포로 무장한 요새화된 성이고, 성채 안에는 마누엘 양식(고딕양식의 일종)의 아름다운 저수지와 성모승천 교회가 있다. 하지만 저수지는 오랫동안 보수공사 중이고, 극장으로 변형된 교회는 명성에 비해 그리 규모가 크지 않다. 차라리 성안의 미로를 천천히 걸으며 갓 구운 빵 냄새를 맡는 것이 좋았고, 수줍게 ‘Welcome to Morocco’라고 말해주는 나이 지긋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더 반갑다. 이곳 역시 다른 모로코의 마디나처럼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 이름 모를 꽃과 전통타일로 장식된 각양각색의 집들과 상점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고함소리와 나른한 고양이들의 하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또 개척시대의 잘 보존된 마누엘 양식을 보인다는 설명과 등재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이 성채는 버려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모로코 땅에 위치한 식민의 역사라서 그런 것일까? 이곳은 모로코인들에게 그들의 상처 같은 곳일까? 포르투갈 인들이 마자간 성채를 유지한 것은 1500년대 초부터 1700년대 말까지다.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자간 사람들은 성밖의 원주민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개척자들을 도왔다. 1700년대 말 아랍인들이 이성을 탈환한 이후에서 그들은 성에 많은 변형을 가하지 않았다. 교회 옆에 모스크를 크게 하나 지었을 뿐이다. 그리고 또 200년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포르투갈인/모로코인/기독교도/무슬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도 빨래를 널고, 빵을 굽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정치적인 어떤 것을 떠나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일 뿐이다. 셰게문화유산이라는 것 역시 절대로 가치중립적일 수 없지만, 이곳은 ‘인류 문화유산’ 임에 분명하다. 신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경유지를 만들어야 했던 포르투갈인도, 또 그곳을 재 복속해야만 했던 아랍인들도, 또 그 성채 안에서 대대로 살아오는 사람들도 모두 ‘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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