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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3.

by YT

검붉은 녹이 손과 발 몸에 내려앉은, 녹슨 해바라기는 ‘칼레의 시민’ 같습니다. 어느 얼굴값 하던 여인의 험한 인생, 인생의 마지막과 조우하는 늙은 여인을 닮았습니다.


해바라기를 보러 갈까?

해바라기를 보러 가는 게 마치 당신을 보러 갈 때 마음 같습니다.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고, 걸음이 공중을 젓습니다.

저 멀리 거대한 사각형의 해바라기 밭이 보이면서부터

혼자 웃으며, 내가 왜 이러나 생각도 합니다.


해바라기 밭을 가르는 시골길에 차를 세우고, 양쪽으로 정렬한 해바라기를 봅니다.

어릴 때 고향에선 텃밭의 경계로 몇 그루 심어진 해바라기만 봤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넘어서는, 노랑의 해바라기 밭을 마주하면, 하늘하늘거리던 누님의 스커트

자락이 생각나고, 머리에 모양으로 썼던 노란 스카프 생각이 생각납니다.


앞과 뒤로 해바라기 밭입니다. 터키의 7월 초 해바라기는 연노랑의 소녀입니다.

수많은 소녀들이 적당히 수줍게 저를 보고 돌아서 있습니다.

아직 가는 목덜미,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목덜미는 굵어집니다.

해바라기는 그리운 해를 따라 좇아가며 목이 굵어집니다.

두툼하게 변해 갈 겁니다.

하지만 나는 7월의 해바라기 밭에서 가슴을 씻습니다.


맘을 졸이며 달려갔지만 소녀의 얼굴은 이미 흙빛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과거의 새침함을 후회하며..,

이미 몸이 커버리고 내 몸 안에서 벌거지가 자랍니다.

얼굴이 무겁습니다. 왈칵 해의 자식들을 쏟아버릴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안됐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꽃잎은 다 떨구고, 얼굴만 볼록하게 커져버렸습니다.

세월의 무게가 뒷목을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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