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사람을 닮은 것 같습니다. 노랗게 꽃이 필 때는 수줍음 많은 싱싱한 소녀 같고, 익어갈수록 도드라지는 목덜미의 두꺼운 줄기와 검은 낯빛은 세상의 근심에 휩싸인 억척스러운 우리 엄마를 닮은 것 같습니다. 또, 손과 발이 갈색으로 퇴색되어가는 늙은 추수 직전의 해바라기는 병상에 누워 있는 우리 할머니의 검은 얼굴을 닮았습니다.
해바라기는 형태적인 측면서 사람과 비슷합니다. 해바라기의 꽃 부분은 얼굴이 되고, 주위의 노란 이파리는 마치 해바라기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 줄기를 따라 난 커다란 이파리들은 그림을 처음 배울 때 그리던 사람의 팔과 다리 바로 그것입니다. 해바라기는 남자 같지는 않습니다. 그 특유의 노란색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란색은 여자들의 색입니다.
처음 두 개의 사진은 7월 말에 찍은 사진이고, 마지막 사진은 8월 12일 날 찍은 사진인데, 마지막 사진은 마치 땅바닥에 꽂혀있는 만장의 유령 같습니다. 아마 다음번에 가면, 다 수확을 하고 빈 해바라기 밭만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