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생활 6년 동안 나의 감상을 가장 많이 자극한 것은 해바라기였다. 지역적으로 이스탄불은 트라키아 지방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유럽이 흑해와 에게해 사이로 잡아당겨진 듯 늘어난 지역이 트라키아다. 트라키아 지방은 불가리아의 남부, 그리스의 북동부 그리고 터키의 북서부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을 일컫는 로마 시대에도 불리던 오래된 명칭이다. 이 지역은 예부터 땅이 좋고, 기름져 농사가 잘되던 지역인데, 특히 과거부터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고, 해바라기 오일로 지금도 유명한 곳이다.
이스탄불에서 북서쪽 유럽 방향으로 가다 보면 ‘입살라’라는 출구가 있는데. 그 톨게이트를 지나 약 5분 정도 클라시스 골프장 쪽으로 가다 보면 낮은 구릉을 타고 빼곡히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다. 하지만 난 이곳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떤 알 수 없는 감상 때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이스탄불의 해바라기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또 동네 곳곳에, 드문드문 심어진 몇 안 되는 해바라기만 기억한다.
7월 초 이곳엔 아직은 조그만, 그래도 작은 씨를 품은 노란 이파리들이 그렇게 청순해 보이고, 산뜻해 보일 수 없었다. 조금만 크면 다시 와야지 하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7월 말 다시 그 길을 지나며, 청순하고 싱그럽던 소녀는 간데없고 세월에 낯빛이 검게 변한, 신경질적인 중 늙은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노란 낯빛을 잃고 누렇게 검은빛을 띠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다. 한껏 숙인 검은 씨를 잔뜩
머금은 얼굴은 목덜미에 연결된 튼튼한 근육질의 줄기에 연결되어있다. 그 노랗고 아름답던 꽃잎은 다 떨구고 잇몸을 드러낸 채, 바람에 아무렇게나 빗겨진 것처럼, 아래를 향한 전등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불 꺼진 등처럼 고개를 숙였다. 씨를 가득 머금어, 빵빵하게 속이 차서, 한껏 불룩해진 얼굴, 얼굴이 퉁퉁 부어 있고, 눈물을 금방 쏟아 낼 것 같은 얼굴. 힘든 사연을 금방이라도 쏟아 낼 것 같은 얼굴.
고향에 왔다 옛 애인을 만났다. 과거 내가 알던 처녀 적 청순함을 간직한 소녀가 더 이상 아니다. 그렇다고 연륜이 묻어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의 찌든 때를 잔뜩 묻힌 우리네 사는 세상의 일반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상의 연륜이 느껴지기보다, 단지 편협하고 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