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북을 지고, 손에는 징을 든 삐에로 분장의 배불뚝이를 쫓아가는 꼬마들, 앞을 지나는 코끼리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서커스단 행렬의 가운데 환한 미소를 띤 공주 복장의 소녀, 매표소의 껄렁함, 곡예를 준비하는 소녀와 천막 사이로 훔쳐보는 청년, 상기된 얼굴로 꽃을 들고 소녀 앞에 선 청년의 떨리던 무릎, 곡예사의 첫사랑, 고개를 젖힌 채 천정을 바라보는 관객들과 이따금 터져 나오는 탄성과 환호. 그리고 비 내리는 날 천막 공연장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 텅 빈 공연장, 단장의 절규, 마법사의 채찍, 돼지로 변해버린 청년, 소녀의 눈물 그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칼에서 반사되는 달빛 – 나는 이런 이미지를 머리에 담고 단오 서커스 공연장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