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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n 28. 2023

마우리치오 카델란

리움 미술관 전시

그는 개미지옥이다. 그의 작품은 긍정과 부정의 평가와 비평을 넘어 ‘언급’을 먹고 산다. 어쩌면 그는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언급 자체를 즐기고 있고, 언급에 의하여 만들어진, 뭐든 빨아들여 녹여버리는 개미지옥이 진정한/유일한 그의 작품인지 모른다. 그의 이름을 단 지금 나의 글조차 그의 커다란 퍼포먼스 중 일부로 여겨질 것이란 생각에 나의 마음은 불편하다. 현실사회에 대한 고발과 비판, (딱딱하게 굳은) 미술史에 대한 비틀기, 죽음에 대한 울림, 가벼운 농담이라는 긍정적인 언급이든, 예술적 깊이가 낮고 피상적인 단순 장난/속임수, 심지어 사기꾼이라는 부정적인 언급도 그의 개미지옥에 봉사할 뿐이다. 어떤 비평도 그에게 일격을 가할 수는 없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우리는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 그는 개별 작품과 일대일의 관계에 있는 조각가가 아니며, 그는 거대 담론의 퍼포먼스 작가이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퍼포먼스의 소재가 될 뿐이다. 이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과 비슷하다.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짐작건대 리움 미술관에서 마우리치오 카델란 전시를 준비하며 각종 연계 프로그램(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을 제안했을 때 카델란은 미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연계 활동과 재생산되는 작품에 대한 논의는 그의 작품을 살찌우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미술은 미술관에서 진행(전시)되는 것이 아니다. 언급으로 쌓아진 독특한 형태, 관객의 인식이 미술이다. 어쩌면 카델란은 미술의 형태를 마르셀 뒤샹보다 더 극적으로 바꿔버린 작가일지 모르겠다. 작가를 떠난 콘텐츠의 자유를 진정으로 구현한 사람이 마우리치오 카델란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우리(WE)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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