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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n 26. 2023

[공포]

민음사 판 [체호프 단편선] 중 두 번째 단편

첫 번째 단편 ‘관리의 죽음’이 소시민적 신경증을 재치로 풀었다면, 마찬가지로 신경증을 소재로 하지만 ‘공포’는 좀 더 진지하고 만만찮다. 사회가 쳐 놓은 금기의 울타리가 있고, 그 울타리의 존재는 공포로 주인공에게 다가온다. 일상의 행동들은 이해되지 못한 채 만들어지며, 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공포의 먹이가 된다. 그래서 갈까마귀가 날아다니는 자체가 공포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공포에 대한 심리 묘사는 그의 선배인 도스토옙스키의 병적이고, 치밀한 심리 묘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의 단편은 공포의 심리를 부풀려가지만 높은 곳에서 바람을 빼 버린다. 이것이 채호프 단편의 매력이다. 만약 도스토옙스키라면 끈질긴 묘사와 천착으로 독자를 자신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갔겠지만, 체호프는 담백하게 살며시 내려놓는다. 이렇게 내려놓은 공포는 안개 같은 여운에 쌓여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것이 체호프가 단편에서 심리를 다루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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