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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Aug 28. 2023

[외투] 니콜라이 고골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찬사 덕분에 이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고골의 서사 능력은 압도적이다. 따듯한 화롯가에서 도란도란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주는 그는 진정한 이야기 꾼이다. 시점을 넘나들며, 물 흐르듯 펼쳐지는 스토리에는 도무지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서사 근육은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담을 다룬 초기 작품 [지간까 부근 농가에서의 밤]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찬사는 아마도 [외투]에 드러나는 사회 비판 메시지, 개인 심리의 변화와 발전에 기인했을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더해 나보코프는 (역시 나보코프 답게) 고골의 언어유희(반복, 리듬, 이중의미 등)에 주목하여 [외투]와 고골을 극찬했다고 한다. 러시아어를 알지 못하는 나는 나보코프의 관점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김희숙 소설가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외투]의 특별함은 뒷부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죽은 후 유령으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죽어서 유령이 되어 떠돈다는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구성을 고골은 특유의 해학과 통통 튀는 가벼움으로 그림으로써, 앞부분이 주는 우울하고 답답한 느낌을 미소와 통쾌함으로 바꾼다. 이 단편의 백미인 뒷부분 유령 이야기는 고골 소설의 서사적 특징, 민담의 영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옛날 어느 마을에 효성 지극한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마을 수령의 연모와 계략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 이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소녀의 집 뒤 대나무 숲에서 으스스한 사람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소녀를 위해 제를 지내고, 조그만 사당을 만들었다. 그 이후 바람이 불어도 대숲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 그래서 이 ‘효녀당’은 지금도 그곳에 남아, 지금까지 전해온다.’


[외투]의 스토리는 이런 느낌이다. 민담은 고골에게 와 소설이 되었다. [외투]를 두고 마르케스나 보르헤스 같은 환상 문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민담적인 요소에서 환상의 성질을 보았기 때문이다. 환상 문학이라는 명명은 거창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의 ‘옛날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모른다. 고골은 사회비판과 병적 심리에 갑자기 유령이라는 장치를 끌어들임으로써 진지해야 할(?) 문학에 가벼움과 일상적인 기지와 재치를 끌어들인다. 현재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김범 작가의 [바위가 되는 법] 전시는 예술과 재치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자극한다. 개념미술의 탄생 이후 미술 분야에서 ‘재치’는 예술로 당당히 대접받는 듯하다. 고골이 유령을 끌어들인 것은 예술성이라는 개념을 확장한 것일까? 아니면 비극을 희극으로 전환함으로써 복합장르를 창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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