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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Sep 12. 2023

이름

신분증과 이름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Identity이지만, 주로 타인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불러주기 때문이다. 내 것이지만 마치 남의 것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 이름은 더욱 지독한데,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기 때문이다. 이름에는 부모님의 바람과 희망이 담겨있다. 비록 최근에는 개명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된 이름으로 평생 불린다. 이름은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바람과 희망을 담는다는 측면에서, 자식들의 실제 삶과는 관계없이 미래 지향적이다. 이에 비해 이름과 비슷하지만,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붙여주는 ‘별명’은 현재 모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또 별명은 시간이 지나고도 친구들에게 계속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는 면에서 과거를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 자신이나 스승이 지어주는 자(字)와 호(號)도 자신이나 스승의 바람과 희망을 담고 있지만, 현재와 미래의 지향점을 동시에 가진다. 또 작가들이나 연예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예명(가명, 활동명)은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지만, 대중 이미지에 작명의 근거를 두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서술한 각종 이름이 과거, 현재, 미래를 지향하던 모두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는데 반해, 집단의 차원으로 이동하여 정치적인 에너지를 지니는 이름들이 있다. 세례명과 법명이 그것인데 - 물론 이 역시 그 집단 안에서 개인 간 구분의 기능을 하지만 – 이는 타 집단과의 구분을 자극한다. 그래서 세례명과 법명에는 정치적인 힘이 스며있다. 구분은 힘을 만들고, 힘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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