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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22. 2023

[샤나메] 아볼 카셈 피르다우시

20년 전 이란 동부 마샤드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테헤란을 출발한 기차는 이란의 쪽을 관통해 밤새 달렸고, 다음날 맑고, 서늘한 마샤드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성지에 도착했다는 기대로 플랫폼에 한참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마샤드는 시아파 8대 이맘 레자의 묘가 있는 이란 내 최고의 성지다. 신실한 이란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이맘 레자와 마주하기 위하여 오전 내내 순례객들과 사투를 벌이고 오후에 한가하게 찾아간 곳이 페르도시의 무덤과 [샤나메]의 시구로 치장되어 있는 그 공원이었다. 잘 정리된 공원에는 페르도시의 동상이 있고, 기념 구조물의 지하에는 페르도시의 무덤과 [샤나메]의 중요 이야기들이 부조로 새겨져 있었다. 그 [샤나메]를 나는 지금 읽었다. 어떤 의미에서 마샤드가 성지인 것은 페르시아의 신화와 역사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이슬람 세계 이란을 여행하며 조금은 낯설었던, 에로틱하기까지 한 그림들의 정체를 이제야 알 듯하다. 이슬람 이전, 이란은 시대가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의 전통이 있었던 것이다. 머리 하얀 잘과 루다베의 러브스토리가 있고, 어깨에 굶주린 뱀을 달고 다니는 조학의 사악함이 있고, 영웅 루스템과 그의 아들 소랍의 슬픈 운명이 박물관의 부조로, 관광객을 위한 낙타 뼈 그림에, 오래된 함맘(목욕탕)의 푸른 타일에 형상화되어 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어마어마한 이야기의 산이 마샤드에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이란에 가고 싶다. [샤나메]의 두께만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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