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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an 19. 2024

두 개의 글

이 글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짧은 대화가 나의 머릿속에 찌릿한 전기자극으로 왔고, 나는 일주일 동안 그 자극에 감전되어 의미 회로를 따라 흘러 다녔다.


나: 나 같으면 적당한 선에서 멈출 것 같은데…, 가진 자 일수록 더 많은 富를 계속 원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Boundary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딘지 모를 곳으로 달려가는 것. 이게 부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친구: 인간의 본질입니다.

…..,

나: 왕정이 종료되고, 공화정이 익어가면서 민주주의는 점점 그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정치 체계와 이념은 그 발생이래 긴 꼬리와 그림자를 드리우며 썩어간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갈라 치기란 용어도 썩어감의 예인 것 같고요. 어딘지 모를 곳으로 공동체를 몰아가는 것, 이게 정치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친구: 인간의 본질입니다.


본질이란 단어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으로 나는 POP-UP으로 떠오르는 직관적인 성선설과 성악설에 진저리를 치며 머리를 흔들었다. 인간본성에 대한 식상한 논쟁의 틀로 판단하는, 뻔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관점은 달라야 한다. 그리고 본질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뻔한 길의 회로가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고, 그 자책은 잠시 동안 실망과 슬픔으로 다가와 나를 휘감았다. 그러다 아파트 공동현관에 설치된 어항을 보았다. 단지 내 연못에서 겨우내 피신 온 다양한 크기의 비단잉어들이 짙은 풀색의 어항 속에서 헐떡이고 있었다. 비단잉어는 자신을 죽이는 초록의 숨을 쉬고 있다. 환경론자들의 생각은 간단하다. 지구는 우주로 열려있지 않다. 지구는 대기 물질 및 오존 등으로 하늘로의 확장은 차단되었다. 지구는 커다란 어항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어항은 금방 오염될 것이다. 환경론자들에게는 생존의 절실함이 있다. 


문제는 호흡이다. 나무는 하나의 개체에서 생산적인 광합성과 소모적인 호흡이 같이 이루어진다. 광합성으로 빛을 흡수한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나무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성장, 열매)과 산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산소는 나무의 호흡으로 다시 소모된다. 나무의 광합성과 호흡은 개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체 완결형의 프로세스다. 그러므로 나무는 홀로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다르다. 동물은 자체 완결형이 아니기에 생존을 위해 주변을 변형할 수밖에 없다. 동물은 성장을 위하여 주변을 파괴하고 변형해야 한다. 빛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리고 동물은 생존을 위하여 호흡을 해야 한다. 이때 무수한 이산화탄소가 주변으로 방출된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호흡은 주변을 독으로 물들인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이념을 만들고, 종교를 만들고, 필요하면 주변도 갈라 친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체 인간은 호흡하고 달려간다. 이때 주체는 객체와 한 덩어리가 된다. 행위의 결과는 주체에게도 작용한다. 결코 우리는 행위의 결과를 바라볼 수 만 없다. 모든 행위는 행위의 순간 주체와 공동운명이다.

어떤 천재도 알 수 없고, 결코 어떤 개인도 예측할 수 없는 인류의 미래, 앞의 대화에서 언급된  ‘어딘지 모를 곳’. 달려가는 사람들. 휩쓸리는 사회 그 속에서 지식인들은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념/종교 등을 동원하여 어딘지 모를 곳을 묘사하려 했지만, 쓰나미에 도로와 차가 함께 뒤죽박죽 되어 구르듯, 어떤 좋은 이념과 종교도 호흡과 더불어 독이 되었다. 어떤 누구도 어떤 것도 사람들의 광포한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쇄도한다 미지의 어둠으로. 또 다른 선지자들은 이 모든 혼란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여 개인적인 각성을 요구한다. 이쯤 되면 인간 존재자체가 원죄일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세상에 ‘반드시 그러한 것’(필연)은 없다. 우리는 ‘스스로 그러함’(자연)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뱉는 말과 행위의 무서움이 등골이 서늘한 공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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