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탄소, 인, 수소, 가리(칼륨), 칼슘, 질소, 황
중학교 3학년 농업시간에 외웠던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필수 다량원소’들의 나열이다. 갑작스러운 어떤 자극으로 말을 탄 인수가 칼질하며 내게 들어왔다. 기억의 심연에 침잠되어 있던 과거의 조각을 건졌고,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다. 이제는 끊어진 과거의 연상을 잇기 위해 어둠을 더듬었고, 드디어 이것이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다량원소의 나열이고, 가리는 칼륨의 한자어 표기이며, 산소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디폴트로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상은 연결을 만들어 의미의 살을 찌우며 성장한다. 그리고 분리된다. ‘말 탄 인수’식의 연상은 기억의 쇠퇴와 함께 TEXT와 연상을 분리시킨다. 실체와 연결이 끊어진 분리된 연상은 어느 순간 창공을 날아 이주한다. 이주한 곳에서 연상은 오류와 만나며, 농업은 활극이거나 사극이 된다.
사바토복배 감수자 멜론
사과, 바나나, 토마토, 복숭아, 배, 감, 수박, 자두, 멜론(수확 후 호흡이 급등하는 과일)
이 암기는 구체적 연상보다는 리듬에 의존한다. 발음에서 오는 고저와 장단이 글자와 음절에 숨어있고, 그 리듬의 비밀을 깨우치는 순간 이 역시 ‘말 탄 인수’처럼 기억에 저장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실체와 분리되고 허공을 떠돈다.
실체와 분리되어 허공을 떠도는 표상들은 서로 결합하고,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말 탄 인수는 일본으로 건너가 사바토복배와 칼을 들고 겨루고, 이를 본 중국의 감수자 선생이 메롱하며 그 곁을 지난다’ 이것은 삼국활극이다. 이렇게 TEXT를 떠난 표상은 서로 결합/융합하여 새로운 미감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