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1과 2
[멜랑콜리아] 1과 2는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연작이다. 2에서 올리네의 회상에 라스가 등장했을 때, ‘아! 드디어 라스의 정신병의 이유와 원천이 밝혀지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나의 통속적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에서도 욘 포세는 (그림에 대한) 욕망 형성의 근원을 밝히기보다 여전히 그림(욕망)에 흔들리는 라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라스의 흔들림, 불안과 강박은 어릴 때부터 나타나며, 정신병원을 퇴원한 이후에도 여전하다. 즉, [멜랑콜리아 2]에서도 라스는 계속 불안과 강박에 흔들리며 자신의 욕망을 따라간다. 이는 일반적인 독자의 상상 – 원인을 찾아가려는, 현상이면의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 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욘 포세의 전략일 수 있고, 저자의 안일함일 수 있다.
올리네의 이야기
[멜랑콜리아] 2의 주인공은 당연 라스의 누나인 ‘올리네’다. 라스의 이야기는 올리네의 상상 속에서 부차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특별한 동생의 기억을 담고 현재의 비루한 삶을 사는 치매에 걸린 올리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라스의 삶은 불안과 강박 위에 올린 욕망 때문에 흔들리고 위태롭다. 주위와 섞일 수 없었던 그의 천재성은 우울증의 빛으로 터져버렸다. 라스의 멜랑콜리아(우울증)는 폭주하며. 빛으로 달려들어 활활 타버리는 그런 과도한 에너지의 폭발이었다면, 올리네의 멜랑콜리아는 부푼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이 빠지듯, 저물어가는 것이다. 치매가 그런 것이다. 3개의 기억이 두 개가 되고, 또 하나가 되어버리는 그런 것이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며,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를 점점 상실해 가는 것, 이 역시 하나의 멜랑콜리아를 자극한다. 이는 시간이 만들어낸 멜랑콜리아다. 욘 포세는 [멜랑콜리아 1,2]에서 두 가지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하나는 천재성이 욕망으로 터져버린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억과 몸의 몰락으로 인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에 불안과 강박은 똬리를 틀고 자리하며 인간의 삶을 흔든다.
형식
[멜랑콜리아 1,2]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문단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멜랑콜리아]는 커다란 한 개의 덩어리다. 이 덩어리적 특성은 불안과 강박을 가중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쉼표의 절약과 따옴표처리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런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가의 형식적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짧은 문장과 ‘원점 회귀’의 방법으로 덩어리에는 마디가 생긴다. 하나의 덩어리이지만 그 속의 마디로 인해 그리 난해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는 작가의 소설 형식에 대한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