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최고의 미덕은 정교한 타겟팅에 있다. 이용자와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분석/판단하여 각각의 개인에 맞는 메시지나 콘텐츠를 적절한 시간에 제공하는 능력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한다. 그래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진보한 기술을 통해 더욱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도 나의 유튜브 화면은 온갖 ‘부동산 폭락론자’들의 콘텐츠로 가득하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균형과 조화는 없다. 알고리즘 세상에서 사람들은 몰이 당하 듯 몰려간다. 알고리즘은 경주마의 눈가리개가 되어 사람들에게 보던 것만을 보게 한다. 그리고 보던 것은 개인에게 익숙하기에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편하다. 사람들은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면이나 반대를 보고자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개인의 신념은 강화된다. 몇 년 전부터 우리를 포함하여 극우파의 세계적인 득세는 디지털 알고리즘의 발달과 관계하는 듯하다. 마치 비탈에서 눈을 굴리듯, 계속 강화되는 신념 속에 관용, 조화, 균형의 미덕은 제거되고, 다름과 반대에 대한 분노를 자극한다. 이렇게 강화된 신념은 서슬 퍼런 날이 서고, 날카로워져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힌다.
자아의 정체성 혹은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는 고귀한 신념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만들어진다. 요즘의 신념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상업적, 정치적 알고리즘에 의하여 부풀려진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최초의 신념이 웅건하고 붙박이 같은 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신념에 대한 평가절하는 틀린 것이 아닐까? – 눈송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미립자나 먼지 같은 핵이 있어야 한다. 그 핵에 눈의 결정이 수없이 붙어 눈송이가 만들어진다. 최초의 신념, 강화되기 전 신념은 확실히 작고 말랑한 것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가벼워 좌로도, 우로도 날아갈 수 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념의 핵 역시 알고리즘이 만든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연이 만난 것이다. 최초의 작고 부드러운 신념조차 기획된 세상의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고, 그것은 철저히 ‘우연한 만남’에 의존한다.
신념은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고, 알고리즘에 의해 점점 더 크게 강화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고, 거대하게 길러진 뻐꾸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집착하고 자기 자신으로 확신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