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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y 02. 2024

[보트하우스] 욘 포세

Lake Keitele, Akseli Gallen-Kallela, 런던 내셔널 미술관 (구글이미지 차용)

시간도, 기억도, 불안도 길게 늘어진다. 짧은 문장과 반복은 감성이 스며들 틈을 만들고, 북구의 자연 속에 그리고 詩語 속에 베어 든다. [멜랑콜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욘 포세. [보트하우스]는 소설가로서의 시작을 알린 시인 욘 포세의 1989년 초기 작품이다. 그만의 언어와 문장 스타일은 이미 [보트하우스]에서 만들어져 [멜랑콜리아]등 그 이후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지난겨울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온종일 누빌 때, 나의 시선을 끈 작품이 위의 그림이다. 당시 모바일로 찍어 두었는데 [보트하우스]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기억으로 소환되었다. 핀란드의 국민화가 악셀리 갈렌-칼렐라(Akseli Gallen-Kallela)의 [Lake Keitele]라는 작품이다. 원작은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의 모델이 된 핀란드의 영웅, ‘뵈네메이넨’이 떠나간 보트의 호수 위 흔적을 표현한 것이지만, 나는 시간, 기억 그리고 감상의 늘어짐으로 읽었다. 이것이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스칸디나비언들의 감성인가?

[보트하우스] 속 화자 – 보드(딱 한번 화자의 이름이 추측된다) – 는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런 그의 불안은 서사 내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그때마다 그는 그만의 다락으로 숨어들고 글을 쓴다. 이야기 상 [보트하우스]는 불안에 휩싸인 화자의 글쓰기다. 2부에서 친구 크누덴의 사건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여전히 1인층의 시점에 섬으로써, 크누텐의 생각조차 화자의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이며 환영일 뿐이다. 이를 통해 더욱 그는 불안의 심연으로 내닫는다. 그리고 불안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 될 때 그의 글쓰기는 끝난다.

‘이제 이 불안감을 견딜 수 없다. 따라서 나는 내 글쓰기를 끝낸다’(210페이지, 마지막 문장)


과연 글쓰기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감정은 행위에 앞선다. 극도의 불안은 위의 마지막문장처럼 해소로써의 글쓰기조차 멈춰 세운다. 욘 포세는 글쓰기의 ‘정화’ 기능을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글쓰기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 듯하다. 글쓰기는 감정과 행동의 조화, 박자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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