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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y 28. 2024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너무나 익숙한 표현에 대하여

이 표현의 진위는 이미 정해진 듯하다. 이것은 당위의 세계에서 온 표현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각성하여 DNA에 이 구절을 새기지 않는 한 이 표현이 진실이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표현이 맞는가 틀리냐는 문제보다 발생의 이유와 부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귀에 걸려버린 이 표현에는 욕망과 의도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에는 현재의 만족스러운 상황을 고착화하려는 ‘귀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욕망과 의도가 진하게 묻어 있다. 그리고 이 표현은 끈적한 욕망과 구릿한 정치적 의도로 뭉쳐 때 묻은 도로를 구르며 한동안 영화도 누렸다. 그런데 요즘 이 순진한 촌뜨기는 잊히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표현을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솔직함(어쩌면 뻔뻔함)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이데올로기도 직접적이고 노골화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경영(학)의 변방에서 수줍게 사용되던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라는 표현은 이제 노골적인 선언이 되었고, 노동자를 윽박지르는 경영자들의 도구가 되었다. ‘기업의 목적’은 더 이상, 노동의 가치나 공동체의 발전 뒤에 숨지 않고, 경영자들의 곁을 지키는 청룡언월도가 되었다. 이제 사용조차 되지 않는(하지만 염치를 아는) 우리의 비참한 친구는 다시 저 당위의 지하로 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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