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
표상은 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배후에 의지의 존재를 상정하고 인식의 방향을 추가하면, 표상은 동적이며 꿈틀거리는 운동성(변화)을 확보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사다난한 삶은 표상이고, 의지의 발현(개체화)이다. 어구에서 피상적으로 다가오는 ‘삶에 대한 열정’의 의미는 단어 조합의 오류이거나 어구 번역의 실수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 철학의 근간에 흐르는 관조의 느낌으로 볼 때 ‘삶에의 의지’는 정적이다. 표상의 펼쳐짐, 현상의 나열을 이야기할 뿐 ‘삶에의 의지’에는 동적인 느낌은 약하다. 이렇게 정적인 ‘삶에의 의지’를 쇼펜하우어의 학문적인 제자 니체는 ‘힘에의 의지’로 바꾼다. 여기에 니체의 탁월함이 있다. 삶은 펼쳐진 현상이 아니라 힘이 되고, 힘은 꿈틀거리며 개체화의 의지를 타고 넘는다. 이렇게 ‘힘에의 의지’는 無를 향하는 허무를 극복하는 창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