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우어의 정원] 강보라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by YT

생의 끝으로 이어진 긴 선이 있다. 이 선은 각자의 감정을 꼬아 만든 것이다. 살면서 특정 자극은 감정의 선을 팽팽하게 당기기도 하고, 끊어지지 않으려 자기기만의 매듭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약한 선은 쉽게 끊어지기 때문이다. 소설 속 바우어 새가 파란색 물건을 모은다는 비유는 ‘매듭을 묶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은화의 어릴 적 괴롭힘의 기억은 파란색 불꽃매듭으로 생의 감정 다발에 매듭으로 남아 있다.

작가는 소설에서 이 감정의 매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性의 다름 때문인지, 그 감정 변화의 낙차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사무사하다. 또 눈의 흰색과 파란 불꽃이 만드는 수증기로 인하여 나른하기조차 하다. 정림에게서 유산의 상처는 어이없는 웃음(혹은 일로의 복귀)으로 정제되어 자신 속에 매듭지어진 듯 보이지지만, 은화의 매듭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 감정의 선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 번의 유산을 겪은 아주 오래된, 커다란 감정의 낙차가 때문일 수 있다. 정림을 통해 내담자로서의 경험이 떠오르고, 자신의 감정을 팔러 나왔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은화의 상처는 다시 한번 비참함으로 변했고(어릴 적 유사한 경험과 대비되며), 다시 한번 파란색 불꽃으로 그녀의 감정 다발 위에 매듭으로 뭉쳐진다. 그렇게 은화는 다시 파란 불꽃을 모았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의반의 반] 백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