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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키아와 소그드

by YT

작은 단위에서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물류의 중심이다. 그 시장을 포함하여 하나의 권역에 상품의 흐름을 만드는 물류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권역과 권역, 심지어 국가를 넘어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유통 회사도 존재한다. 유통은 세계인들 간 생활의 질에 대한 불균형을 고르게 맞추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작업이 약탈과 같은 부정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말이다.)

역사적으로 나는 이 유통에 특화된 두 민족을 알고 있다. 기원전 지중해를 경영하며, 주변의 여러 민족과 도시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알파벳을 만들어 사용했던 페니키아인들이 있다. 이집트 신전 건축을 위해 삼나무를 이집트에 보냈고, 향신료와 금을 지중해 연안으로 날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페니키아는 지중해 연안에 물류의 혈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 2천 년 정도 지나 유통 전문 민족이 실크로드에 출현한다. 소그드인이 그들인데, 칭기즈칸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기 이전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잇던 민족이 그들이다. 중국의 비단을 유럽으로 보냈고, 러시아의 모피등을 중국으로 날랐다.

과거에는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통 자체는 흐름일 뿐 실체는 없다. 이것은 삶의 단위가 각각의 도시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에 가능했고, 삶의 권역이 커다란 장애(텐산산맥, 타클라마칸 사막)에 막혀 단절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물류의 민족은 특정시기 단절의 기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도시가 국가로 팽창하고, 삶의 단위가 직접적인 경계를 만들어가면서 이런 물류는 국가 안의 물류로 대체되게 된다. 이렇게 페니키아는 지중해의 패권을 잃었다. 소그드의 몰락은 여전히 험난한 텐산과 사막이 존재하지만, 중간중간 큰 규모의 거점들이 생기면서 차츰 장거리 물류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대항해 시대 바다를 통한 물류가 개척되면서 실크로드를 통한 유통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유통민족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오늘날 이런 실물 유통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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