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에 대하여
사탄의 영은 교묘히 성부의 권좌에 침입하여 성부가 최근에 창조한 에덴과 인류의 조상에 대한 창조 의의와 기대에 대해 나누는 성부와 성자의 대화를 엿들었고, 그 이후 라파엘을 불러 흙의 자손들의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타락에 대한 경고를 주라는 명령도 가만히 들었다. 사탄은 자신의 의지가 인류의 조상에게 들어갈 틈을 발견한 듯하여 슬며시 하늘궁을 빠져나와 아담을 찾는다.
아! 어찌 이리도 알량한 자유의지란 말인가?
마치 자신의 은혜인 듯 자유의지를 주었다지만, 그것은 단지 시험이고 족쇄일 뿐이다.
아! 전능자도 이제 짠할 정도로 늙었단 말인가?
우리 천사들의 그 오랜 경배와 격한 찬미만으로는 부족했던가?
그는 그의 창조물에게 조차 경배를 원한다.
그의 창조는 순수하지 못하고, 창조물의 자유의지는 善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에 대한 경배로만 방향 지워졌다.
자유의지를 가진 창조물의 경배는 그를 더욱 기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그를 향한 경배를 서푼짜리로 만들어버렸다.
자유의지를 주려거든, 창조주에 대한 반항과 반역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엔트로피가 어디로 발산될지 모르듯, 자유의지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관에 담길 수 없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전후좌우, 사방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내하는 것이 전지자다.
나라면 그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은총이라고, 새파랗게 어린 녀석(성자)이 뭘 안다고 저리 오만할까?
대속하겠다고! 그들에게 은총을 주겠다고!
이미 타락의 방향을 정해놓고, 인류의 마지막 날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만 은총으로 구원한다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악을 행하는 자들을 벌하고, 자신을 따르는 자들만 구원하겠다고?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아! 가엽다 인간이여!
전능자의 판 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온갖 고민과 번뇌로 괴로울 인간이 가엽다.
나는 이 진실을 창조물에게 알려야겠다.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처럼..,
하늘의 이 불량함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렇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창조물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사탄은 낮은 하늘을 선회하며
이런 자신의 운명도 모른 체, 하늘을 여전히 경배하고 있을 인류의 조상을 찾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