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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시간의 채로 걸렀고, 과학에 쌓여있던 아우라와 막연함이 걷히고, 꿈틀거리는 뼈의 관절이 드러났다. 이것은 기계처럼 삭막한 구조의 드러남이다. 차가운 이성을 뒷배로 둔 구조주의는 늘 대상을 시간과 역사의 체에 넣고 흔들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를,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병원과 형무소의 감시 구조를 역사의 체에 걸렀다. [과학혁명의 구조] 역시 구조주의 광풍의 시기에 만들어진 책이다.
[과학혁명의 구조]가 오늘날 극찬을 받는 것은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에 ‘패러다임’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내가 보기에 ‘패러다임’은 어느 정도 ‘이데올로기’ 개념이 과학 영역으로 넘어와 변형된 듯하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영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레임’ 역시 패러다임의 연장선에 있는 듯 보인다. 또, 경제/사회/심리학의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OO모델’의 개념도 이 패러다임에서 유도된 듯 보인다.(‘OO모델’은 패러다임보다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말하는 패러다임의 의미가 명확히 들어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