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신일용

by YT

상처는 언제 아물 것인가? 아물기는 할까? 켜켜이 쌓인 잔혹한 시간의 압력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이것은 불가능한 순수에 대한 염원일지 모른다. 여전히 상처는 덧나고, 덧난 곳엔 또 다른 상처가 생긴다. 대항해시대로 포장된 제국주의는 동남아의 상처 속 가장 깊은 곳에 망령으로 여전히 살아있다. 제국주의의 영향조차 ‘다양성’으로 포용해야, 살아지는 그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지리적 특성으로 동남아는 오래전부터 인도와 중국이 토속 문화와 같이 공존했다. 몬순을 타고 들어온 이슬람은 가벼운 바람에 불과했고, 정화의 원정은 자신의 마을을 지나가는 화려한 퍼레이드였을 뿐이다. 이슬람과 정화의 원정은 원주민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떡고물처럼 떨어지는 것일 뿐이었다. 이런 관대한 그들의 삶과 문화에 서구 제국주의는 깊은 상처를 내며 들어왔다. 만약 서구인들 스스로가 직접 그 상처를 만들었다면, 그들이 돌아간 후 싹 도려내고 걷어버리면 그만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면 그들의 순수는 회복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Divide & Rule’은 상처에 오염을 만들었고, 그 오염은 여전히 오늘날까지 동남아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만화로 풀어낸 역사책의 분명한 한계(사건의 단순화와 인물의 평면성 등)를 지니고 있지만, 단순한 인종적/문화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동남아에 대한 나의 안목의 추를 조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인 욕구 충족에 뻥 뚫린 듯하다가도, 도무지 치유될 것 같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 동병상련의 답답함도 같이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