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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전설] 위앤커

by YT

신화는 ‘집단 무의식’의 대표적인 예시다. 신화는 그 신화를 공유하는 구성원의 정신과 사고의 하부구조를 구성하고, 유전을 통해 각인된다. 거대한 신화의 파편들은 후대에 소설로 맺어지고, 영화가 되고, 현대에는 게임 컨텐츠로도 녹아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용은 변형될 수 있지만, 신화의 간략한 핵심은 대대손손 면면히 시간을 타고 전승된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중국신화는 낯설다. 우리는 오히려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경 속 신화(구약)에 더 익숙하다. 이것에 대해 유튜브에서 심용환 씨는 공자와 사마천을 중국신화의 학살자로 주목한다. 신화학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는 서양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이런 서양 연구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도 ‘우리도 풍부한 신화가 있어’라는 정도의 대응으로 본격적으로 산해경을 면밀히 읽고, 자그만 문헌까지 뒤지며 신화를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왜 서양과 동양은 신화를 대하는 태도가 이리도 다를까? 서양에서 신화는 일찍이 종교로 포섭되었다. 그리스/로마의 신화는 로마제국과 같이 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양지에서 힘을 받았고, 구약은 히브리 민족의 멱살을 잡고 끌며, 민족의 고난과 고통을 같이 한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신화가 제도권의 종교로 발전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합리와 도덕을 풍성하게 해주는 사례 정도로 전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집단 무의식’으로써 신화는 풍성하게 존재한다. 제자백가의 사상들, 성리학의 세례, 공산혁명, 문화의 파괴라는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집단 무의식, 공통의 무엇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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