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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전설] 위앤커 2.

by YT

신화는 집단적 정신의 하부구조를 구성한다. 중국신화를 공유하는 집단의 ‘공통의 하부’는 무엇일까? 신과의 연결에서 나오는 선민의식 충만한 자존감, 그 자존감의 바탕에 세워진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 또 그들 생활의 이상으로 자리 잡았고, 그들의 삶의 방향이었던 ‘신선의 유유자적한 삶’, 또 이를 이루기 위한 도가적 수련, 이 수련의 과정이 아마 쿵푸로 맺어졌을 것이다. 현재의 중국인들을 설명하는 많은 근거를 우리는 중국신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또, 신화는 과거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다. 신화가 하부구조일 때 그 영향이 바닥으로부터 스며 나와 인류를 적신다면, 희미한 기억은 과학을 만났을 때, 갑자기 날아와 현대의 우리와 대면한다. 점점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그 기술이 고고학에 접목되면서, 신화의 사건은 역사(人話)로 옮겨온다.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하여 그 지역에 전설처럼 퍼져있던 트로이의 존재가 확인되었고,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의 신화 속 대 전투는 ‘있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요하문명의 발굴은 그 연대의 비교를 통해 우리 민족의 단군신화를 생생한 역사로 끌어들인다. 또, 서양에서는 성경의 장소와 사건을 실체로 규명하려는 오랜 작업이 지칠 줄 모르고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자들은 지층의 연대 분석을 통해 오래전 지구적 차원의 홍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홍수와 관련한 신화는 페르시아 신화, 성경, 중국 신화 등 대부분의 신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렇게 과학을 통해 그 희미한 기억은 복원되고, 신화는 역사의 장으로 편입된다.

이 과정은 우리가 우주를 탐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허블 망원경, 스페이스 망원경의 발명은 새로운 별과 은하의 발견을 가능케 했고, 그것은 현재의 공간 인식을 더 커다란 우주로 확장시킨다. 과학 기술은 또 과거의 시간 속에 박제된 듯 빛바랜 신화를 현재의 우리 앞에 생생하게 복원하기도 한다. 과학은 미래로만 열리지 않는다. 과학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과학은 가끔 어리둥절한 우리의 조상을 나의 앞에 세워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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