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과 그 주위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특히 유럽 방향으로 차를 달리면 구릉의 연속을 만나게 된다. 그런 지형에서 구름은 하늘 전체를 덮기보다는 군데군데 구름 덩이를 형성하고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구름 역시 굉장히 낮아 보인다. 먹구름은 그보다 더 낮아서 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 크지 않은 먹구름 덩어리가 흐르면서 비를 뿌리고, 번개를 때린다. 마치 말을 타고 달리면서 번개를 손으로 던지는 그러한 상상과 닮았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제우스를 만들어 내면서 그에게 무기로서 번개를 쥐어준 것 같다. 이스탄불의 번개는 남아공의 번개처럼, 하늘 높은 곳에서 지구를 쪼개 버릴 듯, 아래로 꽂히는 무시무시한 공포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까이에서 마치 날카로운 표창을 던지듯, 휴대용 무기같이 느껴진다.
이집트의 나일강에 크루즈를 하면서 느낀 ‘태양의 위대함’이 사람들에게 경외를 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태양을 숭배하도록 만들었다. 당시 나는 '나라도 이 정도라면 태양을 섬겼겠다'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제우스의 번개도 이해될 수 있을 듯하다. 고대 그리스 인들에게 번개는 경외의 대상이었고, 인간 같은 신 제우스를 만들면서, 그에게 번개라는 무기를 들려준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