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을 했다. 이발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나라 블루클럽이라면 약 5~10분 정도 소요된다. 두바이에서도 1시간은 아니지만 약 40~50분 정도, 적어도 이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터키와 아랍의 이발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점심 먹고, 남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머리를 깎을 수도 있다. 처음엔 그들의 기술 부족을 탓하고, 쓸데없는 디테일을 탓해서인지, 능수능란하게 쓱싹 깎는 우리나라를 그리워했었다. 하지만 이스탄불에서의 이발을 단순한 그리움과 대체해 버리기엔 너무나 큰 벅찬 감동이 있다.
먼저 이발을 하기 위해 이발사는 빗, 솔, 가위, 바리 깡, 분 등 모든 재료를 테이블 위에 죽 진열한다. 3~4종류의 빗과 3~4 종류의 가위가 가지런히 나의 앞에 정리된다. 그리고 소독 스프레이를 이용해 한번 소독을 거치고, 약품이 묻은 기구들을 다시 종이나 깨끗한 수건으로 다시 한번 닦는다. 참 그전에 손님의 목은 탄력이 약간 있는 밴드로 채워지고, 그 위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맞는 보가 펼쳐진다.
그리고 머리를 조금씩 깎아 나간다. 우리나라처럼 바리 깡을 대고 한 번에 원하는 길이의 머리카락으로 잘라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귀 주위를 바리 깡으로 러프하게 친 후, 가위를 이용하여, 머리카락의 길이를 줄여나가면서, 손님이 원하는 길이를 맞추어 간다. 그 와중에 여러 번, 정말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좌우의 균형을 확인하다. 머리카락의 길이가 점점 짧아질수록, 점점 원하는 길이가 되어 갈수록 가위의 크기는 작아지고, 이발사의 손놀림은 점점 느려지고, 신중해진다. 그리고 마무리 단계, 귀 밑과 주변에 면도 거품을 이용하여 면도칼로 깎아 주고, 다시 한번 좌우 균형을 확인한 후, 칼과 빗을 이용하여, 조금 잘못 잘린 머리카락을 다듬는다. 머리의 결을 고르고 길이를 일정하게 하는 작업인 것 같다.
그다음엔 가위나, 조그만 바리 깡을 이용하여 얼굴의 솜털과 귓속 잔털, 심지어 코털까지 다듬어 준다. 다음에 꼭 거울을 가져와서 손님이 만족하는지 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샴푸에 들어가는데, 샴푸 후 물기를 닦는 과정이 압권이다. 먼저 수건으로 닦는데 얼굴 부분은 수건으로 가볍게 터치하는 식으로 물기를 닦고, 종이를 이용하여 눈썹, 눈 부위의 약간 남은 물기를 제거하고, 또 가벼운 솜을 두 개 들고 와서 귓속에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한다. 그리고 안마…., 정말 노곤하다. 머리와 어깨 목덜미 부분을 안마하면서 사용하는 허브 향 스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냥 스르르 잠이 쏟아진다. 그리고 무스, 젤을 이용하여 마무리!
이스탄불에서의 이발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발은 이발사에게 노동이다. 정말 험한 디테일한 정교한 노동이다. 그리고 앞에 앉아있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상의 서비스다. 호텔, 상점, 비행기 등 어딜 가도 ‘손님은 왕이다’는 서비스 정신과 거리가 멀지만, 이발사 앞에서만은 나는 왕이 된다. 이발도 문화다. 과거 우리나라는 머리를 잘 자르지 않고 모두 길렀다. 일제 강점기에 비로소 본격적인 이발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곳 이스탄불은 술탄의 이발에서 발전한 듯하다. 이발소가 사람들에게 최상의 만족을 주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장소로 발전해 온 것 같다. 이발이 일상의 고단함에서 탈출하는 의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