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러시아 민요의 번안으로만 알고, 누가 그 노래를 불러도 반복되며 굴러가는 후렴구의 리듬이 재미있다고 느꼈을 뿐, 가사에 대해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며칠 전 나의 차량 CD 속,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의 가사가 갑자기 내 마음속에 맺혔다.
심수봉 자신이 작사한 그 가사는 그녀가 기독교인 임을 잘 반영하고 있다. 마치 성경책을 보는 느낌이다. ‘어느 별에서 지구로 올 때 사랑을 전하고 오라는 음성’을 들었다고 하는 부분은 요한복음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부분을 생각나게 한다. 줄거리는 마치 예수의 일생을 노래한 듯하다. 사랑을 주려고 왔지만, 현실의 좌절을 경험하고, 나중에는 자신까지도 희생하고 다시 내가 왔던 별나라로 돌아간다는 부분은 예수의 고난과 시련을 묘사한 것이다. 또 중간에 비처럼 홀연히 나타난다는 부분은 너무나 극적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았더니, 나와 비슷하게 이 노래의 가사에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의 해석 역시 나와 별반 커다란 차이는 없었다. 심수봉은 대단한 메타포를 자신의 가사에 새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 많은 수의 노래들이 가사가 없었는데, 가락에 가사가 추가되면서 기독교인들의 은유가 상징이 가사 속에 포함된 것은 아닐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혹 음모는 아닐까? 정말 우리 가요들의 절대다수가 ‘믿음/소망/사랑’ 중 사랑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너무 일반화시킨 것일까?
그리고 희생이라는 부분을 생각하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떠올랐다. 절대 희생을 치르는 여자는 남자들이 경외해야 할 신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이 영화에 나온 주인공 성현아는 애인이 있음에도 다른 남자들이 원하면 같이 잔다. 그녀에게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남자들은 정조 관념도 없는 더러운 여자로 치부해 버린다. 이 성현아 분이 심수봉 님이 말하는 ‘어느 별에서 사랑을 전하러 온’ 신은 아닐까? 자신을 희생하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신/예수
그리고 의문이 이는 부분이 있다. 한번 진실한 사랑에 한 개의 장미가 핀다는 것인지. 백만 송이 장미가 한꺼번에 핀다는 것인지 그 부분이 명확치 않다. 백만 번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진실한 사랑 한 번이면 되는 것인지…, 가요 하나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