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연속해서 두 번을 읽었다. 내가 몇 퍼센트나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쉽게 쓴다는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고, 책 곳곳에 그의 친절한 배려를 느낄 수 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이 책이야 말로 나의 인생 화두 ‘세상은 무엇인가?’ – 에 대한 해답 일지 모른다. 나는 형이상학적 답(인, 도덕, 정치 등)을 구하려고 지금까지 계속 천착했지만, 과학과 물리는 매우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다. 어쩌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허무하게도 과학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과학 역시 합리성을 무기로 한 이데올로기는 아닐까 하는 나의 고질적 의심병이 도졌다. 그리고 왜 우리는 합리성이라면 무조건 신봉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합리성이 아니면, 무엇이 우리를 인도할 수 있을까? 아마 무조건 믿으라는 청량리 역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의 관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의 연쇄가 들불처럼 번진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은 속도에 관한 것이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관한 것이다. 양자 역학은 원류가 데모크리토스로 올라갈 정도로 매우 오래되었지만, 쭉 내려오면서 양자로 설명할 수 있는 중력 이론이다. 중력을 다루다 보니, 당연히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고, 그 시공간을 양자장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양자로 설명하다 보니 확률성/비결정성 같은 성질들이 추론되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자연의 비결정성, 확률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과 철학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