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 중에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구절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구절구절은 후대의 많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 의해 인용되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역시, 크로이소스의 일화를 비롯하여 군데군데의 장면들이 다른 책들 속에 인용되었다. 인용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체, 나는 그 이야기의 파편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나에게 있어 다소의 의미가 더 있었던 것은 투르크 민족이 들어오기 전, 소아시아 땅(현재의 터키 땅)에 대한 역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행 가서 본 사데(사르디스)의 아크로 폴리스가 나오고, 헬레스폰토스와 보스포루스 해협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카리아, 리디아, 트라키아의 민족들이 나오고, 그들의 기원이 나오며, 그리스의 식민 도시인 밀레토스, 프리에네 등이 나온다. 어쩌면 이런 것들을 다 보기 전에 터키 부임 초기에 책을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터키의 이곳저곳을 다녀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자유다. 그리스 정신의 최고 가치를 자유에서 찾은 것이다. 당시 세계제국으로 인식되었으며, 그 위세와 위용이 대단한 페르시아에 맞서 그들의 자유를 위해 단결하고 저항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상당히 많은 그리스의 도시들이 ‘독재’를 실시 함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에 대한 가치를 작가는 역설하고 있다. 작가는 민주정을 옹호하고, 민주정의 바탕인 자유를 페르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절대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다양한 흥미진진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조금 지루하거나 읽기 어려운 점은 사람 이름을 제시할 때 꼭 그들의 족보를 나열하거나, 그들 아버지의 이름을 같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 당시엔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거나, 적어도 할아버지와는 이름이 같기 때문에, 쉽게 읽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다가도, 세부 인물들과 관련된 세부 역사를 같이 병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읽기 속에 길을 잃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역사]가 특이한 것은, 전체 에피소드의 구성이 그리스의 시간 역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페르시아 왕의 역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키루스/캄비네스/다리우스/크세르크세스를 주축으로 그들을 둘러싼 역사를 다루고 있다. 즉 [역사]의 9권 중 7,8,9권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구체적인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1권~6권까지는 페르시아의 군주 중심의 역사 서술이고, 그 군주의 주변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다. 즉, 그리스의 역사쯤으로 알고 있었던 내게, 이러한 서술 구성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스의 연합군은 어떻게 페르시아에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 군은 일대일 전투에 매우 능하다. 페르시아가 세력의 전투, 인구의 전투를 하고 있는데 반해, 그리스는 실제적인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는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어서, 도시국가 발생 이후 계속해서 그들끼리 무수히 많은 전투를 했고, 이런 와중에 정말 당시의 원시 무기로 하는 백병전에서는 천하무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스파르타라는 도시국가는 전사들의 도시국가가 아니던가! 즉, 위세의 전쟁을 하던 페르시아는 실제 전투력에서는 그리스에 비해 훨씬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무장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페르시아의 군대는 평상복을 입고 전투를 한다. 즉 경무장이다. 중무장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이런 경무장은 치열한 육박전의 전투에서는 상해를 입고 쉽게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좁은 곳에서의 격렬한 전투는 경무장 페르시아에게 재앙이 되었다. 이것은 후에 십자군 원정에서도, 아시아의 많은 군대가 중무장을 한, 극소수의 성당기사단에 의해 폐퇴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양의 군대는 전통적으로 활과 기병을 이용한 원거리의 전투를 하는 아웃복서 스타일이라면, 서양 전통에서는 스파르타 군대/로마의 백병전/기사단으로 대표되듯이 타이슨 스타일의 인파이터들인 것이다.
또, 페르시아 측에 가담한 이오니아 인들의 배반이 그리스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겠다. 이오니아 인은 페르시아 편에 가담해 있었지만, 페르시아의 주요한 전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틈이 있으면 항상 페르시아에 거꾸로 칼을 겨누었다. [역사]가 오늘날과 달리 재미있는 부분은 ‘신탁’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관점 역시 신탁은 무조건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신탁을 지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미신이지만, 당시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매우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