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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Dec 05. 2021

욕심을 비우거나 노력을 하거나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일요일 오후 4~5시간을 스케치북을 잡고 있었다. 크지도 않은 겨우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 한 면을 채우지 못해 긴 시간을 죄 없는 흰 종이와 씨름하듯 붙잡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릴 소재를 찾느라 이것저것 뒤져보지만,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맘에 들지 않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도를 해본다고 맘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 연필로 스케치를 해보지만 이미지와 내 그림과의 너무도 큰 차이 때문에 그림은 완성하지 못하고 넘기고 넘기다 보니 몇 장을 미완성인 채로 남겨 놓았다. 일요일 한낮의 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작년에 우연히 그림을 그렸다.

내 생애 그림 똥 손을 탈피해보고자 시도한 도전이고, 노력이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 거의 한 장씩 그림을 그렸다. 어느 순간 그림을 즐기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겨우 그림과 조금 가까워져서 잘 유지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좀처럼 그림을 많이 그리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점점 그림이 힘들어졌다. 어려워졌다. 보는 눈만 높아져서 더 어렵고 더 복잡한 것을 그려내고 싶고, 내 실력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점점 그림을 그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림과 인연을 끊고 싶지는 않아서 그려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그래서 내 맘이 괴로웠다.

욕심을 내려놓거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지.



글쓰기도 그림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 시험공부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요즘 손이 가는 책은 글쓰기 관련 책들이다.

글쓰기를 해야 글쓰기 실력이 는다는 것은 알겠는데 글쓰기 기술을 익히려고 책만 파고든다. 글쓰기를 피하는 것 같다. 그냥 편하게 쓰거나 시간을 많이 들여서 열심히 쓰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하는 걸 잘 알면서.



공부는 하기 싫은데 시험은 잘 보고 싶다고 딸아이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정신 차리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마치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 같아서 뜨끔했다.


일요일에 겨우 완성한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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