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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Nov 28. 2021

엄마의 자격

당신은 어떤 엄마인가요?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내 손은 항상 얼어 있었다.


"엄마, 추워!"

"밖이 많이 춥지? 손이 왜 이리 차가워?"


하며 급한 마음에 내 손을 가져다 엄마의 따뜻한 가슴속으로 끌어넣었다.

어느새 내 손은 찬기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봄날이 되어서 엄마의 가슴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때에만 해도 엄마는 차가운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엄마가 되면 자식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겨울 어느 날 내 딸이 차가운 손을 내 옷 속으로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뿌리치며


"앗, 차가워! 엄마 놀랐잖아!"

"손이 너무 시려서."


딸은 민망해하면서 슬픈 눈으로 나를 보았다.

 

'엄마도 차가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구나!' 

'자식을 위해서 그 차가움도 기꺼이 참아낼 줄 아는 철인이었구나!'

'근데 왜 나는 엄마가 되어서도 철인이 되지 못하는가!'



예전에 

"엄마 나 잡채 먹고 싶어"

라고 말하면 마술처럼 뚝딱 내 눈앞에 잡채가 등장했다.

지금의 나는 아들이

"엄마! 나 라면 좀 끓여줘"

"아들아, 네가 더 맛있게 잘 끓이잖아. 엄마 것까지 2개 부탁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참아야 하는 게 엄마의 자세라면 난 엄마가 될 자격이 제로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럼 난 엄마를 포기해야 하는가?

철인처럼 모든 것을 참아내고 인내하는 엄마와는  또 다른  엄마의 모습도 있지 않을까?


난 누구보다 공감할 줄 아는 엄마이다.

학교에서 친구와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딸 이야기를 들으며 명쾌하게 답을 주진 못하지만 같이 속상해한다. 가끔 선생님들의 험담도 들어주고 같이 맞장구도 쳐주고.(교육상 좋지 않을지도)

시험기간 지치고 힘들어하는 아들의 고통을 같이 하며 밤도 지새우고, 어려워하는 과목은 같이 공부도 해준다. 암기하는 방법도 연구해서 도와주기도 하고.



차가운 손을 참아내는 인내심도.

먹고 싶은 것을 뚝딱 만들어 내는 요리실력도.

부족한 것이 투성이인 엄마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힘들어하며, 같이 이겨낼 수 있도록 손을 뻗어주는 친구 같은 엄마임은 자신할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이 존재한다.

내 엄마 같은 엄마도 있고.

나 같은 엄마도 있다.


어떤 엄마가 최고인지는 아이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다고 나 자신은 자부한다.

나도 당당히 엄마라고 외치고 싶다. 

"나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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