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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Nov 27. 2021

믹스커피 예찬

나의 촌스런,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취향

커피를 주문할 때

아메리카노요~~!

하고 싶지만

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쓴맛,

누군가는 커피 고유의 맛이라고 음미하고 즐기는 그 맛의 깊이가 아직은 나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쓴 맛!' 그것뿐이다.

하지만 커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커피 마니아!

아니 그보다는 중독자! 그것도 믹스커피 중독자다.

하루 평균 3잔씩은 꼭 마신다.

나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필수품이다.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믹스커피 한잔과 함께 소파에 앉는다.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나가고 집에 조용히 혼자 남아 있는 이 시간.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즐기는 나만의 여유와 휴식.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몸풀기이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하다.

 

오후에 출근을 해서도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믹스커피 한잔을 준비한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치러야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잘 해내리라는 비장함까지 갖게 한다.



하지만 요즘은 왠지 믹스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게 피할 때가 있다. 믹스커피를 애음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고. 커피전문점의 세련된 테이크 아웃 잔에 담긴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내 눈에도 금이나마 있어 보인다.


직장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털어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 나 자신이 궁상맞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촌스런 믹스커피 취향을 없애고 아메리카노에 입맛을 붙이려 노력한 적이 있다.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믹스커피여야 했다. 나 스스로도 촌스러워 보이고, 궁상맞게 여겨지는 취향임에도 믹스커피가 왜 꼭 필요한지 정리해봤다.  


믹스커피가 꼭 필요한 순간

1. 설거지나 청소 등의 육체노동을 마치면 믹스커피가 생각난다. 달달하고 따뜻한 한잔의 믹스커피에 노동으로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진다. 바닥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2.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등의 정신적 노동을 할 때에도 믹스커피가 필요하다.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이면 뇌가 깨어나는 기분을 받는다. 몽롱했던 정신도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
3. 출근해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믹스커피가 꼭 필요하다. 업무의 시작을 알리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휴식과 여유시간을 주는 효과가 있다.
4. 밥을 먹고 난 후의 한잔의 믹스커피, 그 달달함과 부드러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5. 수험생 아이들과 시험기간, 밤을 버틸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믹스커피. 믹스커피가 있어서 힘든 시간도 위로받고 잠도 떨쳐낼 수 있었다.


아무리 촌스럽고 궁상맞다 하더라도 내 몸에 맞는 옷은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나에게 믹스커피가 그러한 존재이다. 버릴 수 없는 나의 취향, 나의 사랑.


앞으로도 나의 믹스커피 사랑은 계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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