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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Dec 16. 2021

욕심을 내려놓기

드로잉을 오래오래 즐기는 방법

나에게 작년부터 생긴 취미가 있다. 드로잉이다. 작년부터 우연한 기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머그잔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순한 머그잔이지만 입체적인 느낌을 평면에 표현하지 못해서 밋밋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부족한 대로, 어설픈 대로 그냥 그렸다. 처음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그림에 나 스스로 매우 만족하면서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1년 동안 200개가 넘는 그림을 그리고 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평생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림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고,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감일에 쫓기는 기자처럼 꾸역꾸역 힘겹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이게 뭐지?' '내가 그림을 왜 이리 힘겹게 그리고 있지?' 하는 생각과 꾸준히 그리지 않으면 다시 그림을 못 그리게 될 것만 같은 불암감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림을 그리는 게 힘겨운 이유는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 능력 이상의 것을 그려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핀터레스트에서 자료를 찾을 때 누가 봐도 멋진 풍경, 멋진 장면을 그리려다 보니 나에게 한계가 찾아왔다.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지 못해 좌절에 부딪치면서 흥미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내 드로잉 수준과 내가 그리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불행을 주었던 것이다. 그릴 것을 헤매다가 하루를 다 보내기도 하고, 3~4시간 만에 겨우 한 장을 건질까 말까하며 힘겹게 그렸다. 그릴 것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이러다가는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림과 멀어지고 싶진 않은데......

45년 만에 겨우 가까워진 소중한 친구인데 놓치지 싶진 않았다.



요 며칠간은 나에게 소중한 휴가였다. 휴가기간 때 '창작 면허 프로젝트'라는 드로잉 책을 읽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작고 쉬운 것부터, 쉽게 다룰 수 있는 걸로 가볍게,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일기와 펜을 가까이 두고 1~2분이라도 시간이 나면 그리기 쉬운 걸 그린다. 처음 그린 건 연습이고 그냥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아는 인자한 선생님 같은 눈길로 대상을 바라보면서 선 그리기를 계속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계속 그린다. 이제껏 그린 걸 전부 쓰레기통에 버릴지라도 그리는 거다. 위대한 작가들도 스케치의 90퍼센트는 망친다는 걸 명심하도록 (창작 면허 프로젝트 140쪽 중에서)


작고 쉬운 것, 단순하고 가벼운 것! 아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고 쉽지만 재미있는 그릴 거리들이 널려 있었다. 이렇게 그릴 것이 가득이었는데 아득히 먼 곳만 바라보고 한숨만 지었던 것 같아서 스스로 한심해서 웃음이 났다.

3일간의 휴가 동안에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려 보았다. 그리는 과정도 재밌고, 그리고 난 후에도 만족스러워서 기분 좋았다.



그림을 그릴 때 난 행복하다. 그림 그리기를 오래오래 즐기려면 비우는 마음,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멋진 그림은 꼭 대단한 것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간단한 것이라도 내가 즐기면서 그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오래 그릴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잘 그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동안 그린 나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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