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가 필요한 순간

해피트리 가지치기를 하다가

by 착한마녀

예전에 나는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고 싶었다. 집에서는 완벽한 엄마이자 며느리 아내로, 직장에서는 능력 있는 수학강사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원더우먼이 되려고 노력했다.

내가 오랫동안 그려온 완벽한 여성의 모습을 갖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할수록 나는 물론, 가족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아이들 초등학교를 입학시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큰 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에서 30점을 받아왔다. 나는 그 점수가 내 점수 인양 우울해졌다. 그러다 아이가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았다는 연락까지 받고선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내 아이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면서 돈을 벌어서 뭐하나?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자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같이 사는 시부모님들도 괜스레 원망스럽고, 나와는 달리 아이들 교육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남편은 더더욱 미웠다. 오랫동안 나는 방향을 잃었다. 내가 그토록 완벽하고자 애쓴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만 같았다.



막막함 속에서 나는 내가 쥔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순간마다 애써 아이와 심리적인 거리를 두었고, 완벽한 직장인, 아내, 친구가 되고자 할 때는 적당히 타협하며 부담을 덜어냈다. 그 덕분에 나는 서서히 가벼워졌고, 내 몫의 행복도 얻었다.




하루는 해피트리의 두 가지만 비죽 길어진 걸 발견했다.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려 몇 번을 고민했다. 그러다 큰 마음을 먹고 긴 가지 두 개를 잘라냈다. 얼마 뒤 가지를 자른 자리에서 곁가지가 나왔다. 더 굵고 풍성하게 나와서 보기 좋았다. 그 뒤로는 거슬리는 가지들을 더 과감하게 잘라 주었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가, 두 가지에서 네 가지가 나오며 갈수록 풍성한 해피트리가 되었다.

망설이며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수형을 해쳤을 뿐만 아니라 풍성함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두려웠다. 가진 것을 영영 잃게 될까 봐. 하지만 결국 내어주었기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인생도 나무도 가지치기가 필수다. 처음엔 뭐 하나라도 내려놓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두려웠지만 오히려 내려놓고 포기해서 얻어낸 힘이 사방으로 뻗어가면서 긍정의 가지들을 더욱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지금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주부로서의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내려 애쓰지 않는다. 성에 차지 않고 어설퍼도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다지 급하지 않다면 주말로 미루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여유가 생겼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여유로 가족들을 향하는 나의 마음도 더욱 포근해졌다. 마치 억지로 억지로 자라는 힘없는 긴 가지를 잘라내면서 생겨난 곁가지들의 풍성함을 얻은 듯하다.



나는 앞으로도 웬만한 가지들은 과감히 쳐낼 것이다.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나의 내일을 위해.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 모두 더 행복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