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후기)"다정한것이 살아남는다"

수의사가 느낀 "협업"과 "따뜻함"의 중요

by 아자모노



하루의 진료가 끝나고 텅 빈 병원에 혼자 남을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생명의 아픔과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의 사랑을 마주하는 이 공간에서, 과연 ‘살아남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주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제목만 보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 같지만, 사실은 인류의 본성을 파고드는 흥미로운 과학 서적입니다. 오늘은 그 책을 통해 얻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를 두 가지 생각을 나눠볼까 합니다.

하나. 강한 자가 아닌, 함께하는 자가 이긴다

우리는 흔히 가장 힘센 종이 살아남는다고 배우지만, 인류의 역사는 의외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힘도 약하고 체격도 작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책은 그 비결이 ‘힘’이 아닌 ‘친화력’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혼자 사냥하고 생활했던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무리를 지어 서로에게 기대고 협력했습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다정함’이 모여 혹독한 빙하기를 이겨내고 인류를 번성하게 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 것이죠.

결국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눈을 맞추고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둘. 개는 인간을 ‘선택’했다

수의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제게는 두 번째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책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늑대 중에서 유난히 다정하고 친화적인 아이들이 먼저 인간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기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수만 년 전, 한 아이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잠든 모습.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렇게 인간의 곁을 선택한 다정한 녀석들은 살아남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 되었죠. 지금 우리 곁에서 꼬리를 흔드는 작은 생명들의 유전자에는 그 길고 다정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를 살아남게 한 가장 위대한 본능은 상대를 지배하려는 힘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꺼이 손 내미는 ‘다정함’이라는 것을요.

혹시 당신의 삶에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을 조용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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