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느낀 "협업"과 "따뜻함"의 중요
하루의 진료가 끝나고 텅 빈 병원에 혼자 남을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생명의 아픔과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의 사랑을 마주하는 이 공간에서, 과연 ‘살아남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주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제목만 보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 같지만, 사실은 인류의 본성을 파고드는 흥미로운 과학 서적입니다. 오늘은 그 책을 통해 얻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를 두 가지 생각을 나눠볼까 합니다.
우리는 흔히 가장 힘센 종이 살아남는다고 배우지만, 인류의 역사는 의외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힘도 약하고 체격도 작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책은 그 비결이 ‘힘’이 아닌 ‘친화력’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혼자 사냥하고 생활했던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무리를 지어 서로에게 기대고 협력했습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다정함’이 모여 혹독한 빙하기를 이겨내고 인류를 번성하게 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 것이죠.
결국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눈을 맞추고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수의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제게는 두 번째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책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늑대 중에서 유난히 다정하고 친화적인 아이들이 먼저 인간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기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수만 년 전, 한 아이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잠든 모습.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렇게 인간의 곁을 선택한 다정한 녀석들은 살아남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 되었죠. 지금 우리 곁에서 꼬리를 흔드는 작은 생명들의 유전자에는 그 길고 다정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를 살아남게 한 가장 위대한 본능은 상대를 지배하려는 힘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꺼이 손 내미는 ‘다정함’이라는 것을요.
혹시 당신의 삶에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을 조용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