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말티즈 '사랑이'는 배뇨통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소변을 볼 때마다 허리를 동그랗게 말고, 불편한 듯 몸을 뒤트는 모습이었습니다. 보호자님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사랑이는 방광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치료 반응이 좋아 암은 현저히 줄었고, 9개월 동안은 별다른 증상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다시 배뇨 곤란 증상으로 내원한 것입니다.
검사를 해보니, 예전부터 있던 방광 결석의 개수가 늘어나 있었고, 몇 개는 요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통증의 주된 원인일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요도를 막고 있는 결석 때문에 아픈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결석 수술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외과 원장님께서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결석도 문제지만, 석회화된 전립선으로 보아 암 재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저(내과)와 외과 수의사의 진단적 우선순위에 대한 의견이 달랐습니다.
두 전문가의 의견이 다르자, 보호자님은 복잡해졌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저희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뭔가를 물어보면 안 되는 건 아닐까, 주저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보호자께서 얼마나 혼란스러우실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수의사도 개인의 경험과 전공에 따라 진단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치료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이 틀렸다기보다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한 관점의 차이입니다. 오히려 이런 의견 교환이 더 나은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수의사들의 의견차이를 두고 컴플레인은 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때,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어떤 선택이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일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보호자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수의사의 눈치를 보지 마세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원장님, 두 분의 의견이 다른데 각각의 치료법이 갖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만약 A 치료를 먼저 했을 때와 B 치료를 먼저 했을 때, 아이에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와 같은 질문은 아이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보호자는 아이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최고의 관찰자이자, 모든 의료적 결정의 최종 선택권을 가진 주체입니다. 특히 사람과 달리 공적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검사의 상당수에 마취가 동반되어 아이의 체력 소모가 클 수 있기에 보호자님의 의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 수의사들은 보호자님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선택지를 설명해 드리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보호자의 가장 큰 우려가 무엇인지, 어떤 치료 방향을 우선으로 생각하시는지 충분히 듣고 대화한 끝에, 추가적인 검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진료실에서 수의사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기보다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 주세요. 보호자님의 질문 하나가 더 나은 진료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수의사와 보호자는 원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