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비거’라는 위험한 착각과 그 과학적 진실
말티즈의 사랑스러움과 푸들의 영리함을 합친 ‘말티푸’, 포메라니안과 스피츠 사이에서 태어난 ‘폼피츠’, 비숑과 푸들을 닮은 ‘미니비숑’까지. 우리는 이들을 ‘디자인 독(Designer Dog)’이라 부릅니다.
견종의 장점만을 모아 새로운 조합을 만든다는 배경 아래, 지금까지 없던 특별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반려견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아픈 동물들을 마주하는 수의사로서, 저는 이 화려한 유행의 이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반짝임 뒤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유행하는 ‘디자인 독’의 탄생 과정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여러 수의학 연구와 유전학적 데이터는 이 유행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첫째, 다인자성 유전 질환의 위험이 중첩됩니다. 슬개골 탈구, 고관절 이형성증, 특정 심장 질환이나 알레르기 같은 많은 질병들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생합니다. 이를 **'다인자성 유전 질환(Polygenic disorder)'**이라고 합니다. 만약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말티즈와, 역시 비슷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푸들을 교배시킨다면, 그 자손인 말티푸는 양쪽에서 질병의 위험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병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러 보고에 따르면, 특정 질병들은 순종견보다 특정 교배종에서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질병 위험 유전자가 단순히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공유하는 열성 유전병의 함정이 존재합니다. 특정 유전병이 양쪽 부모 견종 모두에서 흔하게 발견된다면, 잡종강세는 힘을 잃습니다. 예를 들어, 푸들과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모두 **진행성 망막 위축증(PRA)**이라는 유전성 안구 질환의 보인자(carrier)일 수 있습니다. 만약 PRA 보인자인 푸들과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교배시켜 래브라두들을 낳는다면, 통계적으로 자손의 25%는 PRA에 걸리게 됩니다. 각 순종견의 혈통 내에서라면 유전 검사를 통해 이런 비극적 교배를 피할 수 있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디자인 독 생산 과정에서는 이러한 검사가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셋째,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순종견은 수백 년에 걸쳐 유전적 특성이 고정되어 있어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디자인 독은 유전자의 조합이 무작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외모와 성격, 그리고 어떤 질병을 물려받을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보호자에게 예기치 못한 의료적, 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수의사로서도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오늘날 반려동물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공급이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맞춤형 디자인 독’이라는 이름 아래, 일부 상업적 브리더들은 소비자의 기호를 교묘하게 자극하며 하나의 ‘상품’을 생산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건강과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강아지 공장’이라 부르는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최소한의 관리도 받지 못한 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립니다. 유전적 결함에 대한 고려 없이 태어난 강아지들은 평생을 고질병에 시달리거나,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가족들에게 큰 슬픔과 부담을 안겨주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더라면…”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생명을 단지 유행이나 소유물로 여기는 가벼운 인식이 계속되는 한, 이 비극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입양을 고민하는 예비 반려인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내가 평생 책임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강아지의 외모 너머에 있는 견종의 특성, 유전적 취약성, 그리고 필요한 관리 수준을 충분히 공부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브리더를 찾거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둘째, 성숙한 반려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입양 후에도 주기적으로 강아지의 안부를 묻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반려동물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가족이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디자인 독’ 문제는 아직 초기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