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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물들.

by 아자모노

우리는 왜 이토록 다른 두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무릎 위에서 새근새근 잠든 강아지의 따스한 온기를 느껴본 적 있나요? 궂은 날, 현관문 앞에서 온몸으로 나를 반겨주던 고양이의 다정한 몸짓을 기억하나요? 우리에게 반려동물은 그저 동물이 아닌,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고 세상의 삭막함 속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5년,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의 일입니다. 도시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구조를 기다렸죠. 하지만 구조 보트 앞에서 많은 이들이 망설여야 했습니다. "동물은 함께 탈 수 없습니다."라는 절망적인 말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반려동물을 남겨둔 채 보트에 올랐지만,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구조를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포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 거죠. 이 가슴 아픈 재난으로 약 25만 마리의 동물이 주인을 잃거나 세상을 떠났고,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는 **'PETS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생명을 향한 간절한 사랑이 세상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토록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존재이구나, 하고요.


그런데 잠시, 다른 풍경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세계자연기금(WWF)은 얼마 전, 아주 고요한 경고를 전해왔습니다. 지난 50년간 지구의 야생동물 개체수가 무려 **69%**나 줄어들었다는 소식이었죠. 우리가 도시의 불빛 아래 살아가는 동안, 지구 반대편의 숲과 바다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 먹먹한 소식 앞에서 우리는 종종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지곤 합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내 곁의 동물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 정도로 뜨거운 마음을 가졌는데, 왜 사라져가는 수많은 생명의 침묵에는 이토록 낯선 거리감을 느끼는 걸까요?


우리 안에 잠든 두 개의 얼굴


어쩌면 그 해답의 실마리는 우리의 아주 깊은 역사 속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경과학자 리암 드루는 그의 책에서 인간을 **'슈퍼 포식자(Super Predator)'**에 비유합니다. 인류는 수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정점에 서는 법을 본능적으로 익혔습니다. 우리의 깊은 곳에는 목표물을 정확히 겨누는 냉정한 포식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셈이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다른 포유류와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생명과 따뜻한 유대를 맺고, 연약한 존재를 지키려는 보호자의 마음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냉철한 포식자의 얼굴과 다정한 보호자의 얼굴.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우리 안에 함께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다짐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오늘, 당신의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그 따뜻한 손길을 잠시 기억해주세요. 그 작은 생명에게 느끼는 소중함과 책임감을 아주 조금만 더 넓혀보는 건 어떨까요.


내 강아지의 밥그릇을 챙기는 마음으로,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한 번 더 귀 기울여보는 것. 내 고양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터전을 조금 더 아껴주는 것.


그 작은 마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내 곁의 온기와 먼 곳의 침묵을 함께 보듬는, 진정한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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