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앞에서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5년만에 재발한 암.

by 아자모노


"완치될 수 있을까요?"

암 치료를 마친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간절하게 묻는 질문입니다. 사람에서는 보통 5년간 재발이 없으면 '완치'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동물에서는 그 기간을 2~3년으로 봅니다.(학술적인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2~3년이라는 시간은 이들에게는 아주 긴 세월이고, 이 기간 동안 재발이 없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 '노을이'라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5년 전, 이마에 생긴 작은 종괴 때문에 저를 찾아왔던, 차분한 성격의 코리안 숏헤어 아이입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r)'이었습니다. 노을이는 1살, 어린 고양이였습니다.


다행히 고양이의 피부 비만세포종은 대부분 악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노을이는 종양 제거 수술 후 불완전한 절제 가능성에 대비해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 반응은 좋았고, 이후 정기적인 CT 검사와 검진에서도 오랫동안 재발 소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면서 저와 보호자는 안도했습니다. 노을이는 완치된 환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저는 가끔 안부를 물으며 노을이의 건강한 삶을 응원했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최근 노을이 보호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코 주변 부위가 다시 볼록하게 부어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20~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과 '단순한 염증이나 흉터 조직일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병원으로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만난 노을이는 여전히 건강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마에는 1cm x 6mm 크기의 작은 종양이 만져졌습니다. 곧바로 세포 검사(FNA)를 진행했습니다. 현미경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비만세포들이었습니다. 5년 전과 같은 위치, 같은 종류의 종양. 명백한 재발이었습니다.


심지어 세포의 형태는 5년 전보다 악성도가 더 높아 보였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불안감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완치되었다고 믿었던 환자에게서 확인된 재발은 수의사로서의 자신감과 안일함에 늘 충격을 줍니다. 암이라는 질병 앞에서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끝까지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싸움


노을이는 6살, 한창의 나이입니다.

다행히 영상 검사상 다른 장기로의 전이 소견은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재발 부위가 눈과 너무 가까워 수술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다시 한번 방사선 치료를 중심으로 표적 항암제와 스테로이드를 병행하는 치료 계획을 세웠습니다. 5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겨냈던 노을이의 저력을 믿고, 보호자의 강한 의지를 믿고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노을이의 이야기는 암이 얼마나 끈질기고 예측 불가능한 질병인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수의사로서의 끝없는 경계심을 일깨워 줍니다. 노을이와의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 용감한 고양이가 행복한 시간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도록 곁을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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