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마의 산'

by 독나리

어제 많은 눈이 내렸는가 보다. 아침에 창가로 가 버티칼을 올리니 온 세상이 하얀빛으로 눈이 부시다. 저 멀리 산 정상의 나무들이 눈을 덮어쓴 채 하얗게 뭉글뭉글. 그위를 희뿌연 안개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이곳으로 이사 온후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으나 많은 변화를 한다. 나는 변화하는 산을 보며 4계절을 느낀다.

그런데 작년 초인가 푸른 산 위에 한 귀퉁이가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그곳에 아파트인듯한 회색 건물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의 시선에서 녹색산의 한 귀퉁이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그 아파트가 안갯속에 둘러싸여 있다. 뒷산과 앞산사이에서 그 아파트는 떠있다.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상관없이 내 눈에는 그곳은 그저 희뿌연 안갯속에 부웅 떠있을 뿐이다. 보고 있노라니 오래전에 읽었던 토마스만의 '마의 산'이 생각났다. 흐릿하게 생각나는 내용. 절망 속에서도 사랑의 길들을 가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여러 가지 이념에 몰두되어 있는 사람들 속을 통과해 점점 변화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한다. 오늘은 창문밖 저 멀리 산 위의 아파트가 '마의 산'에 나오는 그 스위스의 요양원건물로 다가온다.


창문에서 시선을 집안으로 돌린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 나도 삶 속에 부웅 떠있는 채 흘러가고 있다. 나의 삶도 고비고비의 연속이다. 운명의 어떤 선, 그곳에서 거꾸러지지 않고 넘어갔을 때 그 행복감으로 한 동안 살아왔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몸의 힘을 빼앗기고 살아가기도 했다. 그것이 진정한 위험이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허상에 불과한 것인지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느끼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그곳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때 또 몸을 떨며 그 속을 통과한 기쁨을 누린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그의 고요함 속에는 더 많은 정신적인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안갯속을 헤매듯 이 생각 저 생각이 실체 없이 떠다니다 결국에는 그 실체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무언가를 붙잡고 헤쳐보고 다닌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는 엉킨 실타래처럼 풀릴 수 없는 문제에 닿게 되게 되나 그의 외양은 언제나 미동 없이 고요하다. 이러한 사람도 있다.


나는 오늘은 창밖에 보이는 저 산 위의 아파트를 보며 '마의 산'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