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좋아해야 하나

by 독나리

나의 산책길에는 조그만 인공연못이 있다. 수년 지나는 동안 수해도 입고 곁에 있던 벤치도 무너지고 둔덕도 무너진 적이 있고 온갖 재난을 겪고 있었다. 연못이 재난을 겪고 있는 동안 나도 여러 일을 겪었다.


이곳은 한쪽 자그만 구석에서 물을 간헐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며 허연 물거품을 일으키며 쏟아진다. 처음 내가 이부근에 살기 시작했을 때 이곳에는 새끼를 거느린 오리들이 여러 마리 있었고 왜가리도 있었다. 이곳에 앉아 오리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게 빠져들곤 했다. 몇 년 전 물난리를 겪은 후 2~3년 동안 그곳은 그저 수초들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오리는 물론이다. 이유가 뭘까 산책할 때마다 물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멈춰서 자그만 폭포가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기 위해 멈춰서 있곤 했다. 항상 그곳에 한동안 발길이 머문다.


최근에야 물난리로 부서진 벤치를 수선해 놓아 자리가 비어있을 때면 그곳에 앉아 머문다. 그리고는 2,3년 전의 오리 왜가리를 생각해 낸다 그런 곳이다. 그런데 요즈음 늙수그레한 남자분이 큰 개를 두 마리 데려와 같이 앉아있곤 해서 내 앉을자리는 없었다. 나와 산책시간이 항상 겹치곤 하니 나는 그저 그곳을 지나치곤 하는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 그곳에 오리 서너 마리가 떠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갑던지 여차하면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한동안 서 있었다.


모든 자연은 그대로인 것이 없다. 항상 변화한다.

계절에 따라 다르고 오리, 백조, 왜가리, 잉어, 메기들 까치, 비둘기 등 탄천에 그들이 머무는 곳이 매일 다르다. 그들은 장소를 달리하며 몰려다닌다. 오늘은 이 다리밑 내일은 저 다리밑으로 몰려다닌다. 오늘은 오리가 이곳에 왔다. 그래서 나는 놀랍고 즐겁다.


내가 어느 곳에 가는 것으로 누군가가 즐거워한다면 얼마나 놀랍고 좋은 일인가

오리가 좋아해야 하나 내가 좋아해야 하나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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