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를 가까이서 만나다

by 독나리

노랑어리연이 피어있던 연못에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조가 빈틈없이 가득 깔려 있었다.

띄엄띄엄 흰색과 붉은색의 탐스러운 연꽃도 보인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위치인데 아주 근접한 곳에서 손을 합장하는 여인도 가끔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을 수없이 지나다니지만 나는 그 연못의 깊이를 모른다


요즈음 날이 조금 서늘해지고 하늘이 조금 더 높아진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녹조가 조금 덜해지는 듯 하지만, 여전히 물 위를 채우고 있다.

녹조가 심해지면서 오리 한 식구 네 마리도 어디로 갔는지 요즈음은 통 눈에 띄지 않는다.


녹색 연못에서 왜가리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오리도 한 마리 보인다. 오랜만이다. 왜 혼자일까?

녹조를 헤치고 이동하는 오리의 모습이 혼자라 더 힘겨워 보인다.


이곳에서 왜가리를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 처음으로 왜가리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모양은 백로와 비슷한데 몸의 색이 회청색이라 할까. 부리는 길고 연한 붉은색이다.


왜가리는 한 걸음 옮기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약 20초 이상 한 발로 꼼짝 않고 서 있다가 또 한 발을 내딛는다. 먹이를 찾는 것일까 생각하며 나도 오랫동안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오리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먹으며 헤엄쳐 다니는 걸 보면 먹이 때문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왜일까? 어쩌면 큰 먹잇감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가리가 한 다리 또 한 다리 천천히 움직이다 한쪽 디딘 발이 푹 빠진다. 흠칫 놀란다.

그곳이 좀 전 보다 깊은가 보다. 다시 정신 차린 듯 천천히 전진한다.

앞만 보면서 목을 길게 늘였다 움츠렸다 하면서 전진한다. 왜가리는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거닌다.


옆에 오리가 다가오든 말든 왜가리의 다리 움직임은 변함이 없다. 한 발 앞으로 내밀어 물속에 담그고 한 발은 위로 올려 그대로 중지해 한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다시 내딛고를 반복한다. 나의 시선은 꼼짝없이 왜가리의 다리에 묶여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 걷기를 반복하던 왜가리가 마침내 하늘로 솟구친다. 넓은 날개를 펄럭이며 반대편 물가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오늘 난 처음으로 연못의 깊이를 알았다

2021/8/26

작가의 이전글오리가 좋아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