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음악을 듣노라면 공연히 센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가사는 또 어쩌면 마음을 꼭꼭 후비는지 가끔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오늘은 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그럴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헤매게 된다. 오래된 레코드판을 뒤적인다.
오늘 아침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그 책 읽기를 드디어 마쳤다. 전에도 읽다가 덮은 책이다. 이번에는 끝까지 읽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에도 몇 번씩이나 중단하다가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읽다가 중지한 적이 몇 번있지만 중지했다가 그래도 끝까지 읽어낸 책은 드물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과연 무엇인가. 남자가 볼 수 없는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전쟁의 실상.
소소함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소중함. 이소소함으로 삶을 이끌어나간 여성의 힘은 위대하다. 적의 감옥에서 위에 조그마하게 붙어있는 조그만 창문으로 보이는 민들레꽃을 보며 감동하는 어린 여인들. 모든 것이 소생하는 봄. 그것이 왜 잔인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비참함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 읽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도 어려운 책이다.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여인들의 삶을 깊숙이 파고들면 그에 못지않은 진실들이 표면으로 나타날 것 같다. 전쟁이 아니라도 여자들의 삶은 왜 이리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지
엄마만 해도 그렇다. 시작하시면 끝이 없이 이어지곤 했다. 나도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그럴듯한 소설 한 권은 된다 생각하곤 한다. 그러니 우리 엄마세대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마도 책 한 권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
옛 LP판을 듣다 보니 어쩜 이렇게 소리가 깨끗한지 놀랍다.
이사올 때 Lp판들을 처리할까 하다가 새 집으로 끌고 온 걸 칭찬해 주고 싶다. 화려한 ENYA의 레코드재킷을 꺼냈다. 역시 환상적이다. 'Orinoco flow~'이 판은 분명 내가 산 것은 아닌 것 같은 데 판들에 끼어있다. 오늘은 이렇게 옛 레코드판을 돌린다.
아이들 아주 어릴 때 듣던 독일 팝송들
남편이 독일에서 사 온 것이다. 독일어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공부했던 언어라 발음에 무언가 익숙했다. 그리고 밝은 노래들이 마음에 들어서 많이 듣곤 했다. 그 익숙한 멜로디에 빠져서 한참 듣노라니 그때 그 추억이 떠올라 한참 헤맸다.
가끔 이렇게 헤매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변진섭 1988년 '홀로 된다는 것' 그때만 해도 젊었다. 달콤한 목소리.
이것저것 오늘의 생각들이었다
2023-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