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 5

by 독나리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아이들 웬만큼 다 자라고 그녀의 일도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있었을 때이다. 갑자기 그가 회사도 집에서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지 일주일쯤 되어서 회사 여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와 여비서와의 통화는 항상 그녀는 그녀대로 여비서는 여비서대로 난처한 목소리. 주저하는 목소리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어느 날 '사모님, 전무님 오늘 출근하셨어요' 소곤거리는 여비서의 목소리. 그녀는 대책 없이 민망했다. 그동안의 그녀의 생활은 어떠했겠는가 피폐할 데로 피폐해 있었다. 가끔 이 삼일 집에 들어오지 않곤 했으나 회사는 출근했었다. 이번에는 일주일 집과 회사에서 잠적이었다. 경찰에 신고할 일은 아니란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어디를 헤매고 다니는 걸까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일까 언제나 내가 그를 다 알 수 있는 날이 올 수가 있을까 이제는 한계다. 혼자 검어지고 있기에는 이제 그녀도 너무 지쳤다. 시댁에 사정을 털어놓기로 했다.


시댁에는 시부모님은 벌써 돌아가시고 형님식구는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가시고 조카네와 누님이 있으시다. 그동안 집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을 듣고 시댁식구들 모두 놀란다. 그의 조카는 그와 같이 한집에서 자랐다. 그는 형수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다. 조카는 작은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놀란다. 얼마나 성실하신 분이셨는지 조카가 아는 바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이다. 그녀는 뭔지 주눅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잘못이었나 그녀의 부족함이었나 엉뚱하게도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질책이 스스로 자신에게로 향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황당해졌다. 그러나 어쩌랴 어쨌든 이제는 이 시댁사람들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큰 사업은 아니지만 그녀대로 운영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것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조카의 성격은 활달하고 시원시원하다. 약간의 거짓말도 섞어가며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남편과는 완전 반대의 성격이다. 질부도 활달한 성격이어 둘은 잘 어울린다. 제사 때 모이면 사근사근한 질부와 떠들어대는 조카 이 둘이 없으면 집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시원시원한 그 성격으로 우선 무엇인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조카다.


시댁 조카와의 대화가 오고 간 뒤 한 달 여쯤 지나서 조카가 전화를 했다 ''그동안 별일 없으셨지요? 제가 그 후에 작은 아버지를 살펴보았는데 별 일없으신 거 같더라고요'' 그런 후 또 며칠 지나서 ''작은어머니 제가 말한 곳으로 와보세요'' 남편의 누님도 오실 거란다. 택시 타고 갔다. 그곳은 그의 직장이 있는 곳이라 쉽게 찾았다. 누님도 와 계셨다. 007 작전도 아니고 한밤중에 이게 뭔 일인가! 조카말 ''작은아버지가 이곳으로 들어가신 지 몇 시간인데 안 나오세요'' 아주 허름한 빌딩이었다. 그곳에서 지키고 있었는가 보다. 고맙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곳은 2층 바둑집 간판이 있고 희미하게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바둑집인 건가 나는 의아했다. 그가 바둑에 취미가 있다는 건 몰랐다. 조카 하는 말 ''좀느낌이 이상해요'' 조카가 계단을 올라섰다. 난 망설여졌다. 그녀가 쳐들어간다는 게 옳은 일인가?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바둑집이 안에서 문을 걸어놓아? 노크한다. 누가 문을 연다. 조카가 확 열어젖혔다.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그가 끼어서 당황하며 무언가를 감추고 일어서 있었다. 그의 누님이 들어갔다. 다음은 그녀. 그의 당황함이란. 그가 일어나며 그녀에게 나가자 고 한다. 그러며 그녀에게 쏘아 부친다 ''여자가 말이야 여기까지 찾아와서 망신시키고...'' 아주 날카로운 눈으로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렇게 매서운 눈초리는 결혼 후 처음 보는 모습이다. 미안하다며 그녀 눈을 마주 보지 않는 모습만 보아왔던 것이다. 누님이 ''무얼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 하신다. 그는 가만히 있다.


그녀도 창피하다. 이제야 현장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십여 년 이상을 헤매다 이제 확실함을 눈앞에서 본 것이다. 그는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조금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여자가 있어서였다면 집을 비우고 들어올 때 그리 초췌한 모습일 수 없는 것이다. 추측뿐 현장을 본 것이 아니니 단언할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확실한 결단을 내렸다 이건 아니다. 오랜 세월을 계속된 것이라면 이건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아이들은 둘 다 고등학교부터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게는 잠시 맡겨야겠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가겠다고 너네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웬일이니? 수다가 늘어졌다. 너 오면 우리같이 여행 가자. 그래 그러자 그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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