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아니 겨울의 초입에 산책길에서 만나는 마른 낙엽의 구수한 냄새. 그 표현할 길 없는 향을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코를 간질이는 향을 따라 방향감각을 잊고 자연 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고만 싶어지는 마음을.
봄철 여름철에 피는 아름다운 꽃 못지않은 낙엽의 화려한 색채들의 어울림. 그 깊은 색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것이 도대체 누구의 손길일까 묻게 되는 것을.
날마다 변하는 물흐름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물소리가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대어 내 삶의 방향을 헷갈리게 하는 것을.
아침해를 받아 반짝이는 물 위에서 고고히 머리를 쳐들고 서있는 백로의 우아한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티끌하나 없이 하얀 깃털로 인해 내 눈이 부시고 마음이 왠지 정화되는 느낌인 것을.
뿌연 아침안갯속에서 밟히는 낙엽소리를 듣고 또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청량한 공기와 아득함을 모른다.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을 떨군 가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긴 검은색 꼬리를 날렵하게 까딱거리며 우짖고 있는 까치. 친구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꺼번에 훌쩍 날아가버려 텅 빈 나뭇가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르르 모여들어 짹짹대는 참새의 방정맞은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가는데 어느새 훌쩍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허망함에 시선을 놓게 되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만 안다.
가을에는 왠지 비둘기들 도 살이 쪄 뒤뚱 거리는 듯해 보인다.
자그만 새끼 오리들도 성장해서 커다란 몸을 뒤뚱거리며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이제 이곳에는 오래전 보았던 새끼오리는 안 보인다.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