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by 독나리

몸이 움추러드는 계절이고 앙상한 가로수들로 마음이 더욱 스산해지는 계절이다. 친구들과 만남.

조금만 건드리면 맛있는 물이 주루루 흐르는 딤섬집에서의 만남이다. 보통 딤섬을 먹는 중국음식점은 조용하고 묵직하다. 그리고 조명은 약간 어두워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다. 탁자에 맥주라도 한잔 놓고 있는 게 어울린다. 외식을 잘 안 하는 나로서는 전에 딤섬 먹었던 집이 생각나서이다. 나 혼자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곳은 아니다. 젊은 직장인의 시끌벅적함이 함께한다. 이런저런 우연으로 만나게 된 친구들의 모임이다.


친구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릴 때부터 같이 다닌 학교친구. 그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나의 추억과 함께 한다. 나이 들어 우연히 서로의 생각이 비슷하면서 어울려지는 친구. 또 취미가 같아 만나게 된 친구. 아이들 친구의 부모가 되어 만나게 된 친구 등등

색깔이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사는 즐거움이다. 이곳에서는 해도 저곳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학창 시절에는 잘 모르고 지냈는데 그 후 알게 된 친구들이다. 한 친구는 다른 친구가 같이 데려온 친구다. 이상한 조합이지만 이제 연륜이 쌓이다 보니 그런저런 조합의 만남에 두려움이 없다. 잘 어우러지면 지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즐겁다.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너나 나나 많이 다르지 않은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서로가 다 통한다.


딤섬, 누룽지탕 묵직하지 않아서 먹을 때도, 먹고 나서도 가벼운 맛이다. 사실 이런 맛있는 음식은 마냥 이야기하며 음미해 가면서 천천히 음료와 함께 먹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나 음식에 비해 이곳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앉는 의자를 들썩이게 하는 시끄러움이 있어 차분해지지가 않는다. 음식이 맛있어서 언젠가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마음을 두고 일어났다.


그 옆에 가벼운 카페에 가서 이야기는 이어졌다.

모두가 느긋한 나이어서 누군가가 집에서 기다린다는 쫓기는 마음이 적다 보니 느긋한 마음으로 대화도 점점 깊이 들어간다. 각자의 삶의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다. 그 주제에 대해 각자의 견해가 쏟아진다. 이렇게 깊숙한 대화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뭔가를 쏟아내어야 가볍게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말이 있다 '삶을 가볍게 받아들여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겠다 지나치게 진지하면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나의 이야기. 가슴속에 가라앉아있는 묵직한 이야기를 글로 쏟아내면 무언가 마음속에 맺힌 것들이 풀어지며 정리되는 듯하다. 그리고 스스로 위로를 받게 된다. 그런데 말로 풀어내는 것도 또한 조금은 풀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글에 비해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동안을 이리저리 얽힌 것의 일부분을 풀어서 이야기하다 보니 엉킨 실태래가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든다. 마음에 위안이 된다. 어제 만난 남편친구의 부인과의 만남은 서로 부부의 일을 약간은 알고 있는 내력의 사람과의 만남으로 또 다른 재미다.

또 며칠 전 만난 대학 친구. 그 옛날 여름방학에 마음 맞아 갑자기 떠난 해운대여행 생각해 내어 추억의 한 자락을 공유하며 낄낄거렸다.


이런저런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새삼 나를 다시 보게 된다. 나는 나 혼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른 누군가가 있음으로 나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를 깨닫게 되는 날이 된다.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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