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동거하는 법

스듀에서 동거까지

by 도우





스타듀밸리! 우린 이 게임을 정말 좋아했었다. 모든 콘텐츠를 다 즐기고 질려버릴 때까지 우린 여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만난 계기이기도 했다.


어플에서 모임 찾기는 이제 흔한 일. 우린 스듀 게임모임에 들어갔고, 거기서 목소리를 처음 들었고, 서로를 처음 알았다.

나중에는 디코에서 떠드는 것이 게임을 이겼다. 컴퓨터를 끈 다음에도 핸드폰으로 통화하듯이 밤새 떠들었다. 진짜 아침 7시까지는 기본이었다. 한 번 통화하면 끝을 모르는데, 하고 꺼리다가도 결국 서로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주말들이었다.


그러다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되었고, 나머지는 인스타툰에서도 이야기한 그대로다. 매주 만나 1박씩 하다가 콘언니 집을 아지트 삼았고, 서로 시기가 맞아 집을 함께 구했다.




1 - 어떻게?


읊는 나도 항상 신기한 일이다. 우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나 이런 식으로 살고 있을까. 사람의 연은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더니 이건 너무 희한한 방식이 아닌가.


철학에서 행운을 논하면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밝혀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일 터다. 겹치는 우연이라는 말 외에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그런 우연이 한 사람에게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걸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친구 운이 좋다고 자부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경험을 베이스로 한 말이지, 절대 미래예측적인 확신은 아니었다. 운이라는 건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명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러길 바라는 내 소망과, 비슷한 뜻을 가진 내 이름에 대한 기대와, 내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섞어서 했던 말일뿐.


그런데 이쯤 되니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게임으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살 생각을 할 정도로 친해질 수 있다니.


우리는 흔히 친구끼리 하면 안 된다는 얘기 주제인 종교와 정치관에 있어서도 맞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그랬고, 사회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다. 즉, 싫어하는 것이 비슷했다.

애매하게 갈리는 세대에서도 서로서로 음악이나 영화에 대해 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취향이 맞았다. 게임이라는 취미생활이 같았다. 그러니 다른 무엇도 아니고 게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거겠지. 시간이 나면 우리는 여러 번 다른 합동 게임을 했다.


함께 노래방을 가고 새벽에는 집안사정을 털어놓는다. 성격과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몇 날 며칠이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나눈 몇 날 며칠 속에서 서로의 습관과 생활패턴을 찾는다. 맞는 부분도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의견만은 같았다. 안 맞는 부분은 맞춰가기로. 문제가 생기면 손절하는 게 아니라 대화로 풀기로. 싸워보고, 화해해 보고, 그러면서 관계를 다지기로.




2. 왜?


많이들 룸메이트와 동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이유와 이해타산 관계가 맞기 때문이다. 아무리 1인가구가 많아도 1인으로 살아나기는 벅찬 이 시대에, 셋이 살면 셋이 모은 돈으로 더 큰 집을,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은 동거에서 가장 중요한 '동거인과의 관계'일 것이다.


사실 콘언니와 정찌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같이 살기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그 둘이 집을 합치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나도 계약일이 끝나는 즈음이라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쩌면, 위의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주말들을 끝내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가족보다 더 잘 알 만큼 솔직하고 편한 관계. 그냥 친구임을 넘어선 어떠한 것. 나는 경제적인 것도 경제적인 거지만, 그런 공동체를 쭉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려동물만 없었어도 조금 달랐을까? 찹쌀이에 더해 콩떡이까지 함께 키우면서 내 마음은 그쪽으로 더 자라났다. 둘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대화를 통해 확인했다. 마음 깊이의 차이라니, 이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지만 그저 인정하기로 했다. 내게 그들은 식구와 같다. 혹여나 다른 집에 살게 되어도 근처에서 많은 걸 나눌 수 있는 식구.


마음이 달라도 우리는 퍽 잘 사는 중이다. 올해로 2년째가 되고, 앞으로 4~5년째가 될 계획이다. 적지 않은 기간으로 나는 많이 성장했고, 또 많이 달라졌다. 혼자 사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꼭 한 번쯤은 권유해보고 싶다. 경제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이유로라도,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사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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